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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짜장면 먹는 날이랍니다.

'짜장면' 한 그릇 하시죠!

by 알레

4월 14일. 오늘. 바로 오늘이 블랙데이라고 한다. 검색해 보니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때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한다. 대체 왜. 짜장면일까. 짜장면이 무슨 속풀이 음식도 아니고. 생각해 보면 짜장면은 참 여러 매력을 가진 음식인 것 같다.


TV에 등장하기만 하면 아무리 식후라도 또 군침이 돌게 만드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음식. 짜장면은 정말 흔하게 시켜 먹는 대한민국 소울 푸드이자 서민들의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점심은 나가서 먹었지만 가끔 야근이 있어 저녁을 먹어야 할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은 중국집이었다. 세간에는 짜장면을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당구장에 가야 한다는 말도 있다. 당구를 좋아했던 나 역시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어봤다. 진짜 맛있다. 신기하게 맛있다. 왜 우리 집에서 시켜 먹는 짜장면은 그냥 먹을만한 정도인데 유독 당구장에서 시켜 먹는 짜장면은 그리도 맛이 있는 걸까. 심지어 단무지 마저 그렇게 맛있는 건 반칙 아닌가.


도시 외곽으로 차를 몰고 가다 보면 거대한 간판에 주방장님의 사진이 딱! 걸려있고 옆에는 어김없이 '수타'라는 포인트가 강조된 중국집이 있다. 넓은 매장이지만 주말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 그곳. 주방장님이 힘껏 내려치고 돌리기를 반복하는 수타면 제조 장면을 보는 재미가 짜장면 맛을 더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까진 아직 서민들의 소울푸드 느낌이 충만하다. 그러나 백화점 꼭대기 층에 위치한 중식당에 가면 뭔가 때깔이 달라지면서 액수도 달라진다. 심지어 백화점 상층에 있는 중식당은 중국집이라고 부르기보다 중식당 또는 중식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짜장면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품격이 달라지는 건가.


사실 최근에 가장 충격 먹은 것은 호텔 짜장면이다.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33,000원이라니! 물론 삼선 짜장이고, 호텔이라지만 동네 중국집에서 삼선짜장 한 그릇이 10,000원인걸 생각해 보면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어마무시한 재료가 들어간 걸까? 아니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유명 호텔의 식당이 가진 프리미엄인 건가. 이쯤 되면 더 이상 짜장면이 서민들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짜장면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다. 오래전 스페인에 어학연수를 갔었다. 떠나기 전 집에서 춘장을 하나 사가지고 갔더랬다. 짜장이 생각날 때 이거라도 어떻게 풀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마침 현지에서 만난 한국이 형이 요리를 좀 한다길래 형한테 부탁했다. '형, 짜장면 가능해요?' '물론이지!'


이왕 소울푸드를 요리하는 거 외국인 친구들을 좀 불러보면 좋겠다 싶어서 같이 공부하던 몇 명을 집으로 초대했다. 마침 하숙집에 커다란 웍이 있어 제법 그럴싸하게 요리를 해 먹은 기억이 난다. 전분가루도 풀어서 질감도 제대로 살려내었던 그때의 맛. 물론 외국인 친구들도 잘 먹었던 게 생각난다.


구구절절 짜장면 얘기를 써 내려가다 보니 짜장면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미 어제저녁에 시켜 먹었으니 오늘은 먹지 않는 걸로. 게다가 어제 먹은 짜장면이 사실 별로였다. 간짜장 곱빼기를 시켰는데 하필 면이 너무 불고 양념은 모자란 듯해서 반은 그냥 짜장을 묻혀 먹었던 것 같다.


요즘따라 동네에 짜장면이 맛있는 집을 찾기가 어려워진 건 기분 탓일까. 아니면 보통 짜장면이 맛있는 집은 배달을 안 한다. 물론 면 요리는 홀에 가서 먹는 게 가장 맛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다. 아무래도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싶으면 다시 당구장에 가야 하는 걸까. 이 글을 쓰다 보니 배가 고파진다. 그만 마무리하고 뭐라도 좀 먹으러 가야겠다.


Happy Black Day!


IMG_5845.JPG 어제 먹은 간짜장. 이것은 짜장인가 춘장 양파 무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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