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빠르게 쓰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그런데 말입니다. 일단 쓰는 것부터 시작하시죠.

by 알레

무언가를 빠르게 하는 사람. 난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속도는 곧 숙련도를 나타내는 것이니. 그런데 여기에 '잘'이라는 부사가 붙으면, 부러움을 넘어 동경의 대상이 된다. 빠르게 잘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이유는 나에겐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하루를 다양한 것들로 밀도 있게 보내는 삶에 대해.


매 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단순히 모임을 리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인증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고, 매일 마감이 있는 글쓰기를 한다는 것에는 적잖은 부담감이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이 방법을 몇 달째 계속 선택하는 이유. 나는 글을 빠르게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파일럿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면 벌써 6개월째다. 그전에도 글쓰기는 꾸준히 해왔기에 양적 글쓰기로 매일의 삶을 채워 나간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그 덕분에 한 편의 글을 발행하는 시간은 많이 단축되었다. 보통 1000자~1500자 정도 분량의 글을 발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다. 물론 무지 안 써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땐 '하염없다'는 표현이 딱일 만큼 머리를 쥐어짠다. 온몸이 배배 꼬이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꾸역꾸역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겨우 매일의 마감은 지켜낸다.


물론 속도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나는 어떻게 글 쓰는 시간을 단축시켰을까 대해 재미 삼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 봤다.


1. 브레인 라이팅


나는 글을 쓰기 전에 오늘의 글쓰기에 대해 수시로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일상을 보낼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글쓰기다. 매일 쓴다는 루틴이 정해져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질문이 던져진다. '오늘은 뭐 쓰지?'


브레인 라이팅은 머릿속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지는 글감이 있다면 그것을 계속 곱씹어본다. 때로는 읽었던 책 내용을, 어떤 날은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얻어진 인사이트를, 또 어떤 날은 영상 콘텐츠에서 느껴진 느낌을 가지고 하루 종일 곱씹다 보면 적어도 글의 흐름이 정해진다. 흐름이 정해지니 나머지는 실제로 쓰면서 살을 붙이는 작업만 남는다.


실제로 브레인 라이팅이 습관이 되면 바쁜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에도 매일 쓰기를 실천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생산적인 사고를 지속하다 보면 생각이 열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작업을 할 때도 효율이 올라간다. 글쓰기 속도를 떠나 브레인 라이팅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2. 마감 효과


마감 효과는 익히 알려져 있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마감 효과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중 고등학생 때 시험시간을 떠올려보라. 전 날 밤을 새우고 가도 시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 마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흥분 상태에 빠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하얗게 불태우고 집에 와서는 바로 쓰러져 버렸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가운데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자체 마감 시간을 세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1차 마감 시간을 30분, 최종 마감 시간을 1시간으로 둔다. 그리고 그 순간은 모든 신경을 글쓰기에만 집중한다. 앞서 브레인 라이팅과 마감 시간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생겨난다. 그 순간에는 화장실도 안 간다.


3. 주변 환경 설정


글쓰기는 지극히 고독한 작업이다.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장소가 필요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글쓰기 환경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라면 역시 그 순간만큼은 고독해져야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다른 때보다 글을 쓸 때 신경이 더 예민해지는 편이다.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니 거실에서 아내가 TV를 보거나 집안일을 할 때는 꼭 방 문을 닫는다. 필요할 땐 이어폰을 끼고 글을 쓸 때도 있다.


아마 즉흥성이 강한 성향이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순간 떠오른 생각이 날아가버리기 전에 서둘러 붙잡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날은 초조함이 느껴질 때도 있으니.


4. 메모하는 습관


말해 뭐 하겠냐만, 평소 글감을 메모하는 습관은 글쓰기를 하거나 콘텐츠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번뜩이는 글감은 참 희한하게 샤워할 때,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걸어 다닐 때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작가님들은 방수 기능이 되는 스마트 기기를 차고 있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음성으로 녹음한다는 경우도 들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쌓인 글감은 보물과도 같다. 물론 대부분 바로 글로 썼지만 언제든 새로움을 덧붙여 다시 꺼내어 쓸 수 있기에 든든하다. 쌓인 글감이 많으니 글문이 막힐 일이 없다. 그래서 메모는 필수다.


5. 양적 글쓰기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빠르게 쓰려면 많이 써봐야 한다. 양적 글쓰기는 효율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우선 나의 글쓰기 스타일이 생긴다. 글을 쓸 때 정말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 서론과 결론 부분이다. 특히 끝맺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고민할 때가 정말 많다. 그럴 때 나의 스타일이 구축되어 있으면 익숙한 방법으로 끝맺음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점은 내 글에 대한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이 가능해진다. 패러프레이징은 보통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할 때 내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나의 지난 글에 대해서도 패러프레이징을 하면 같은 맥락의 글이어도 새로운 글이 될 수 있다. 글을 빠르게 쓰고자 할 때는 상대적으로 깊은 생각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존의 맥락을 유지하되 다른 표현으로 써 내려가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어느덧 또 한 달(20일)의 글쓰기 일정이 오늘 끝난다. 이번 한 달도 어김없이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해 냈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도 익숙하지니 제법 할 만하다. 무엇보다 함께 하는 작가님들과 글쓰기에 대해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나에게 글쓰기는 자기 수양과도 같다. 어리고 부족한 나를 만나고, 성장과 성숙의 풍성함을 느끼게 되고, 함께의 즐거움과 보람을 맛보게 해 준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주변에서 한 명 두 명 글쓰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도 생겼다. 누군가에게 나 자신이 꾸준히 쓰는 사람으로 비친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내어놓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글 속에 나를 내어놓으면 글이 나를 치유해 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도록 나를 이끌어준다.


사실 빠르게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쓰는 것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는 것. 쓰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자. 지금부터 메모장에 나의 생각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생각이 쌓이면 언젠가 쓰고 싶어 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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