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May 05. 2023

추억은 과거이면서 미래 지향적이다.

음악과 함께하는 추억 이야기

추억은 사랑을 닮아 난 자꾸 돌아보겠죠
그곳엔 아직도 그대가 있어서
그래서 아픈가 봐요

-박효신의 <추억은 사랑을 닮아> 중에서


'추억'이라는 글감을 듣자마자 떠오른 노래의 한 소절이었다. 저 노래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추억이 사랑을 닮았다는 표현은 여운이 길게 남았다. 그래서 딱 저 부분이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있다.


생각해 보면 추억으로 남아있는 수많은 장면들 중 사랑에 대한 추억은 다른 무엇보다 잔향이 오래 남는 듯하다.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겠다. 설렘과 수줍음, 뜨거움과 환희, 아픔과 절망까지도 모두 다 강렬했기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도 여전히 사랑을 닮아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은 그 추억을 꺼내 볼 때가 있다. 진심을 다했던 풋풋했던 시절의 나를 꺼내 볼 때면 그저 피식하고 웃게 된다. 남겨진 편지에는 이제 반쪽짜리 기억뿐이다. 반쪽짜리일지라도 그 시간을 추억하기엔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좋다. 어렴풋한 나머지 반쪽을 상상해 보며 잠시 그 시절에 머무를 수 있으니까.


추억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여행지인 것 같다.




나에겐 꿈이 있어요
모두를 사랑하지요
지금 아이들의 두 눈 속에서 나는 느끼고 있어
다시 아이들의 맘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 살 한 살 나일 먹어가네
새삼 두려운 건 무엇일까
그리운 어린 시절

- 서태지와 아이들 <아이들의 눈으로> 중에서


한때는 이 곡이 자주 떠올랐던 적이 있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 유난히 마음 한켠을 먹먹하게 만든 가사는 이 부분이었다. '한 살 한 살 나일 먹어가네, 새삼 두려운 건 무엇일까, 그리운 어린 시절.' 나는 나이를 먹어 가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성장과 성숙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먹먹해진 이유는, 점점 두려움이 커져가는 나를 느끼기 때문이다.


28개월 차인 내 아이를 보면 정말 겁이 없다. 공포의 감정 말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측면에서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28개월 아기가 삶을 얼마나 알겠냐만은, 아이를 통해 나를 바라볼 때면 4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나에게 깔려있는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와 스스로를 연민하게 될 때도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대해 '새삼 두려운 건 무엇일까'라고, 나는 많이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잃어버릴 것들에 대한 두려움일까. 아니면 기억 저편으로 희미해져 가는 추억들에 대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안주하고 싶어지는 마음 때문인 걸까.


먹먹한 가슴으로 이 곡을 다시 재생시켜 본다. 듣고 있으면 겁 없던 그 시절 1994년의 나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 곡을.




아가야 너의 웃는 그 얼굴을 보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도 오랫동안 기다렸나 봐
너의 웃음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어
또 다른 시작이 다가왔음을 아가야

- 넥스트 <아가에게> 중에서


추억은 과거의 것이다. 그러나 아빠에게 아기와의 추억은 미래 지향적이다.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나와 아내의 삶은 또 다른 시작이 시작되었다. 2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할지는 모르겠지만 허락된 만큼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될 것이다.


모든 부모가 다 같은 심정일 것이라 믿는다. 내 아이와 더 많은 좋은 추억들이 쌓이길 바라는 마음. 언젠가 육아 선배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내 아이가 아빠를 슈퍼맨으로 기억해 줄 때가 가장 좋은 거라고. 그리고 그 시간은 얼마지 않아 끝날 것이니 지금 아이와 풍성한 시간을 보내라고. 비록 삶에 대한 고민이 많겠지만.


정말 그럴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아빠는 어떤 추억으로 남겨질까. 아침에 눈을 뜨면 늘 옆에 함께 있어주는 사람일까? 장난감을 고쳐주는 사람일까? 저 자신을 번쩍 들어 안아주는 힘센 사람일까? 아님 버럭 성질내는 못된 사람일까?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고만 하는 사람일까?


아이와 함께 하며 나 자신에 대해 자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하나 둘 똘똘 뭉쳐있던 아집을 벗어버리는 중이다. 내가 원치 않는다고, 내가 불편하다고 막아섰던 아이의 즐거움에 대해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그저 아이의 웃는 그 얼굴을 더 많이 보길 바랄 뿐이다. 어느 순간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그것이 다시 오랜 기다림이 될지라도 함께하는 날 동안 웃는 얼굴이 서로의 추억으로 더 많이 간직되길 바라본다.






추억에 대해 돌아보니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매일 살아가는 나의 오늘은 어떤 추억으로 남겨지게 될까? 진하게 사십춘기를 겪는 이 시간은 훗날 어떤 색깔의 추억이 될까? 추억할 수 없는 시간조차 추억으로 남겨질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시간은 추억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추억은 긍정일까 부정일까 아니면 둘 다 일까?


방울방울 떠오르는 질문에 답이 되어줄 노래가 떠오르지 않아 질문만 남긴 체 오늘의 여정을 끝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이것들에 답을 내어 놓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추억>입니다.

▶ 팀라이트 글쓰기 클래스 & 공저출판 정보

☞ 팀라이트 소개 및 클래스 정보

▶ 매주 금요일 오전 8시! 따뜻한 작가님들의 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 팀라이트 레터링 서비스 정기 구독 신청

▶ 팀라이트와 소통하기 원한다면

☞ 팀라이트 인스타그램

▶ 팀라이트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모아보고 싶다면

☞ 팀라이트 공동 매거진 구독하기

▶놀면 뭐쓰니, 인사이트 나이트 오픈 채팅방!

☞ 팀라이트 인나 놀아방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은 왜 미화되는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