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효과

모든 글의 시작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다.

by 알레

글쓰기를 할 때 마주치는 난제 중의 하나가 있다면 '글감 또는 소재의 고갈'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는 일상이 대체로 평이하다 여기는 만큼 내가 꺼내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는 지극히 한정적이라 생각한다. 나에겐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삶이니까. 그렇지 않다 해도 독자가 굳이 내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지 확신이 서지 않으니까.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니! 방법은 있다. 나에게 오늘의 글감 던지기를 시도해 보는 것!


주어지는 글감에 따라 글을 처음 써본 건 팀라이트의 공저 출간 프로젝트, 글로 모인 사람들(글모사)에 참여했을 때다. 물론 그전에 글쓰기 챌린지 프로그램에서도 경험해 본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경험해 본 건 글모사가 처음이었다. 공동의 주제와 자유주제를 가지고 총 8편의 글을 쓰면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글감을 전달받았을 때, 그날은 하루 종일 글감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그것을 해냈고, 그렇게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두 권의 책을 출간해 봤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글루틴을 운영하며 참여하시는 작가님들께 매일 글감을 드리고 있다.


글감에 따른 글쓰기가 가능한 이유는 뭘까? 보통 우리의 뇌는 질문을 받는 순간 답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 작업은 무의식 중에도 계속 진행된다고 할 만큼 질문하기는 뇌를 작동시키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글감은 곧 질문이 된다.




오늘의 글감은 <라디오>다. 태어난 지 28개월째인 내 아들은 라디오를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시대는 라디오보다는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 그 자리를 대체한 수많은 매체들이 있으니까. 물론 차를 타면 여전히 라디오가 흘러나오긴 하지만. 나에게 라디오는 너무나 익숙한 장치다. 어린 시절에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면 대기하고 있다가 녹음이 가능한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타이밍에 맞춰 녹음 버튼을 눌렀던 세대니까.


라디오는 레트로 감성의 대명사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의 스피커 기술에 비하면 좋은 음질도 아니고, 전파 상태에 따라 잡음도 섞여 나오기 일쑤였다. 그땐 그게 보편적이었기에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추억에 젖게 만든다.


라디오 하면 떠오르는 로맨스(?) 같은 것은, 썸을 타는 소녀와 같은 시간 같은 방송을 듣고 있다는 것에 설레는 풋풋한 사랑이야기라던가, DJ의 입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스토리라던가, 라디오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연결이 이루어지는 스토리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가 아닌 시절에 주파수라는 제한적 허용이 이루어져야만 들을 수 있었기에, 그리고 딱 그 시간이 아니면 다시 들을 수 없었기에 더 간절함과 애틋함을 자아내는 라디오.


AI시대에도 여전히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지 않을까? 지금도 누군가는 편리하고 빠르며 다중 연결이 가능한 방법보다 불편해도 한 번의 연결이 소중한 그 의미를 더 좋아하고 있을 테니까.




오늘의 글감으로 짧은 문장을 적어보았다. 글을 쓰면서 즉흥적으로 떠올린 것들이다. 이처럼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나는 나에게 남아있는 라디오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또 한 편의 글이 되었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쓰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나는 글 한 편을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그만큼 빨리 지칠 수밖에 없다. 가볍게 그리고 적정 시간을 활용해 매일 글쓰기를 실천해보고 싶다면 자신에게 글감을 던져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글감 달력을 만들어서 한 달에 20개 또는 30개, 31개의 키워드를 미리 적어놓는다던가, 아니면 매일 아침 책꽂이에 있는 책들의 제목에서 단어를 하나 뽑아 적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전문적인 글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니 그 주제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모르면 모르는 데로 쥐어 짜내며 써보는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우선 매일 쓰는 것이 어렵다는 마음부터 내려놓자. 어쨌든 방법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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