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우면서 무겁고 얕으면서 깊은 40대 인생 기록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다움에 대한 질문과 고민은 매일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왜 그토록 나다움에 집중하게 되는 것일까. 어제의 만남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혼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나는 나다움을 찾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나답게 살고 있는 나를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은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비단 나만의 결론은 아닐 것 같다. 일전에 봤던 영상 콘텐츠에서 철학과 교수님이 '나다움'에 대해 '나다움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 순간순간 발견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던 것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뭔가 알 것 같은 하루를 보내다가도 또 번뇌하고 고뇌하며 보내는 하루를 살아가는 삶이 모두 결론적으로는 나다운 삶이라는 뜻이다. 무언가에 순간 반응하는 나의 모습. 사실 그것들의 대부분은 나다운 모습이 나타나는 것인데 생각보다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많았다.
40대가 되어 살아보니 하루하루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든 시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퇴사하고 육아를 하며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그럼에도 40대의 오늘이 20대의 오늘 보다 좋다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깊어진 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감정형 인간이라 나이대를 불문하고 늘 감정의 요동은 존재했다. 그러나 나의 내면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탐구하는 행동은 마흔이 되어서야 시작했다. 그만큼 물러날 수 없는 지점에 서있듯 간절함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전까지는 내면을 향한 침묵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음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기점으로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니 거기에는 '기록'이 있었다. 기록은 분명 유익한 점이 많다고 믿는다. 처음엔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했던 게 어느새 켜켜이 쌓여 나를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렌즈가 되었다. 비록 지금도 여전히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은 진행 중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답해보지 않았던 내가 점점 확연해지니 좋을 수밖에.
나에게 40대는 그런 시기인 것 같다. 깊어져가는 시기. 글쓰기와 다양한 기록으로 무르익어가는 시기. 마치 가을이 되어 빨갛게 색이 올라오는 단풍처럼 뚜렷한 나의 색깔로 물들어 가는 시기. 그래서 좋다. 20대의 젊음보다 40대의 무르익어감이.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진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