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쓸모

이보다 더 쓸모 있는 것이 있을까.

by 알레

매번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또 묻는다. '난 왜 글을 쓰지?' 글쓰기를 수개월째 쉬지 않는 것을 보면 그만큼 분명한 쓸모가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쓸모라는 말이 글을 쓰는 행위를 조금은 가볍게 치부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숭고한 의미를 담아내기엔 쓸데없는 행동은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육아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인지라 '쓸모'야 말로 가장 직관적인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어떤 쓸모가 있을까? 마침 2023년 상반기가 끝난 시점이니 그간의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았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쓰는 삶을 멈추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1. 글쓰기는 나를 발견하는 가장 좋은 도구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자기 발견이다. 우리는 참 왜 이리 우리 자신을 모를까. 나만 그런 건가 싶지만, 어쨌든 나 자신을 탐구하기 시작한 사람치고 글쓰기를 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발견을 한다는 것은 물음이 있어야 한다. 질문하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는 게 당연한 이치이듯 자신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가장 좋은 행동이 바로 글쓰기다. 인간의 뇌는 질문을 받는 순간 답을 찾는 과정을 시작한다고 한다. 답에 이르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의 글쓰기는 나다움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도구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성비가 높은 수단이기도 하다. 그간의 기록이 없었다면 순간 밀려드는 불안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질 때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나답게 살고 싶은 나 자신을 위한 매뉴얼이며 지도이고, 이로서 '쓸모'는 이미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2. 글쓰기는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는 도구


조금은 뜬금없지만 대항해시대를 떠올려보자.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을 떠나는 탐험가들의 시대.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인지하고 그 세계를 더 이상 미지의 세계가 아닌 상태로 둘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남겨진 기록 때문이다. '나'라는 미지의 세계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도 기록이 필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기록이 있지만 글쓰기는 가장 그중에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 전후로 가장 달라진 나의 세계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나는 현재 월 1회 음악 관련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있다. 1시간 분량의 팟캐스트 녹음을 위해 매번 대본을 작성하는데 만약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았다면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정리하는데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대본 작성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나의 취향이 보다 선명해지니 그것이 팟캐스트를 준비하는 데까지 연결될 수 있다.


둘째, 글쓰기 커뮤니티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브런치 작가 레이블인 팀라이트에 합류하고 난 뒤 꾸준한 글쓰기를 하며 알게 된 건 나를 포함하여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함께 쓰는 안전지대 같은 모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글루틴 모임이다.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모임을 이어오면서 다양한 작가님들과 글로 소통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셋째, 3권의 공저책 출간 저자가 되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출간 저자'라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어느새 출간한 책이 3권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쌓인 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 아마 매번 새로 글을 써야 했다면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넷째, 나다움 발견하여 나답게 일하는 사람들이 만든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나다운 것인지에 대해 책을 통해 답을 찾아가고 그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사람들. '나다움'이라는 같은 물음이 없었더라면 나 역시 이들과 연결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처럼 글쓰기는 '나'라는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되어 준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된다.


3. 글쓰기는 나를 정돈시켜 주는 도구


상대적 무계획형 인간인 나에게 팝업창처럼 떠오르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글감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도 퍼스널 브랜딩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릴스에 대한 콘텐츠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마구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의 줄기를 잡고 정돈을 해주는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글쓰기다.


생각뿐만 아니라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퇴사 후 감정적으로 부침이 잦아진 상태로 살다 보니 어떤 날은 하루를 살아가는데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다른 날엔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러 날을 경험하면서 습득된 노하우가 있다면, 그럴 땐 글쓰기를 통해 감정이 더 이상 제멋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박제하는 것이 꽤나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스톱'사인을 주는 셈이다.






가끔은 '그만 쓸까?' 생각할 때도 있다. 글쓰기는 그만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활동이기에 더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글 쓰지 않는 삶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글쓰기는 이미 내 삶에 스며들었다.


오히려 이제는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게 된다.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글 쓰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다시 나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지켰지만 본능적 올빼미형 인간인지라 누군가는 불을 켜고 맞이하는 첫 시간으로서의 새벽을 나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마지막 시간으로 보내고 있었다.


7월 한 달, 다시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가볼 것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오직 글 쓰는 시간을 갖기 위해.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을 갖기 위해. 이 역시 글쓰기의 쓸모라고 생각한다. 쓰지 않았으면 내 안에 어떤 욕구가 있는지 볼 수 없었을 테니.


다시 시작된 6개월, 기록을 멈추지 않으며 나다움에 깊이 다가가는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글쓰기를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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