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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 지금 당신에게 식물 생활이 필요한 이유 ep.03

by 알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을 빼앗기고 났더니 그 '일상'이 너무나 소중했음을 깨닫게 된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당연하게 주어졌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새삼 알게 되는 것 같다.


땅, 빛, 바람, 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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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가꾸는 일에 이 다섯 가지 요소는 기본적으로 너무나 중요하다. 좋은 땅에서 좋은 결실이 맺어지듯 식물도 양질의 토양에서 길러주면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자라난다. 뿌리가 흙에서 양분을 섭취할 때 창을 통해 스며드는 빛을 통해 잎은 광합성 작용을 한다. 잘 느껴보면 계절마다, 시간에 따라 빛의 질감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데, 간혹 주변의 금 손들은 이러한 빛의 질감에 따라서도 식물의 놓는 위치를 달리해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바람은 처음 식물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요소일 수 있다. 아무래도 미세먼지가 빈번해지다 보니 창문을 열어두는 일이 더 줄어드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식물에 물을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통풍을 시켜 물을 말려주는 것이다. 물을 지나치게 오래 담고 있으면 뿌리가 썩거나 흙의 표면에 곰팡이가 생겨 식물의 건강을 해치게 되기 때문이다.


식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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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생활을 하다보면 초보 가드너들이 쉽게 접하게 되는 실수 중 하나가 나의 반려 식물에게 정성을 가득 담아주면 잘 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식물을 잘 가꾸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나 소중하다. 다만, 자신의 관점에서가 아닌 식물의 관점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본다면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초보 가드너 시절에는 나 역시 다를 것이 없었다. 집에서 선인장이나 다육 식물이 어느 날 풀썩 주저앉아버리는 경험을 해보았다면, 빛을 많이 보여주겠다고 내 놓은 식물이 점점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경험을 해보았다면, 식물이 목이 마른 것 같다고 수시로 물을 줬다가 잎이 노랗게 변해 결국 시들어버리는 경험을 해보았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도 저마다의 태생이 존재한다. 열대 지방의 높은 온도와 푹푹 찌는 습도의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는가 하면 햇볕이 내리쬐고 땅이 갈라질 듯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던 아이도 있다. 그리고 빛을 좋아해서 노지의 직 광이 필요한 아이도 있고 적절한 그늘이 필요하거나 큰 나무 아래의 대부분 그늘진 환경에서 잘 자라는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저마다의 태생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 같은 초록이라고 모두 다 같은 환경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에 대하여


식물들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비단 식물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매일 우리가 딛고 사는 땅, 사람의 기분마저 좌우하는 빛,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 생명이 되는 물, 그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마음까지.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진 것처럼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 되물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간혹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다보면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멸망한 지구의 한쪽 편에 또는 우주 어느 행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대부분 자연을 가꾸고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세상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발전해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것들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문득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만화의 주제가에 나오던 가사 한 소절이 떠오른다. 참 오래전 만화주제가의 한 소절이지만 여전히 지금의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었다는 것을 식물들은 나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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