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익숙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나는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온실로 향했다. 겨울 동안과 아침 공기가 차가운 초 봄을 제외하고는 밤 사이 갇혀있던 공기를 환기시켜주었다. 그리고 진열대 위에 올려진 화분들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하나씩 만져보며 흙이 머금고 있는 수분감의 정도를 느껴보았다. 온실에서의 생활은 매일 그렇게 시작했다.
식물을 잘 기르고 싶다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습관이 한 가지 있다. 흙을 만져보는 습관이다. 식물 생활을 시작한 첫 해 아침 일과는 늘 수분을 체크하는 것부터였다. 같은 사이즈의 화분에 심긴 동일한 식물들 조차 물이 마르는 시간은 제각각일 때가 있다. 손톱 밑이 까매지고 손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식물에 대한 애정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화분에 담긴 흙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본다는 것은 곧 나의 식물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첫 번째 행동이다.
식물들은 말이 없다. 그래서 도무지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다. 처음 식물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부분에서 감이 없다는 것이 제일 난감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그래서 식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망설여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사실 망설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식물들 중에서도 정말 까탈스러울 만큼 예민한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유통되는 식물들의 경우 대체로 순둥순둥 하다. 물이 마르면 고개를 숙이듯 잎이 처진다던가 잎이 조금씩 말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던가, 아니면 노랗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던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려준다.
물론 식물이 이 정도 상태를 보인다면 물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긴 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그 지경까지 가지 전에 미리 상태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흙을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흙을 만질 때는 겉 흙만 살짝 만져보아서는 안된다. 적어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흙을 파 보아야 한다. 식물의 굵은 뿌리는 대체로 흙의 아래로 뻗어 내려간다. 그리고 잔뿌리들이 사방으로 퍼져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한다. 그래서 겉 흙만 만져보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흙을 만져보는 또 다른 이유는 흙의 상태를 판단하기 위함도 있다.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흙과 오래된 흙은 질감이 다르다. 농장을 다녀보면 막 배합한 흙은 촉촉한 느낌이 있다. 느낌만으로도 양분을 한가득 담은 듯하다. 반면 오래 사용한 흙은 대체로 푸석하고 단단하다. 집에 오래된 화분이 있다면 화분을 톡톡 쳐 주면서 식물을 꺼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더 이상 물이 스며들 틈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단단하고 무겁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봄이 되면 분갈이를 해주는 것이 좋다. 흙을 갈아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어 뿌리의 활동을 더 왕성하게 만들어 주면 식물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주말 오후 햇살이 좋은 날이면 집 베란다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원예용 상토와 알갱이 비료를 옆에 두고 흙을 털어낼 비닐봉지를 준비한다. 식물의 몸통을 잘 잡고 화분을 톡톡 쳐주면 금방 쏙 하고 흙과 화분이 분리된다. 묵은 흙의 일부를 살살 털어내주고 새로운 흙을 넣어둔 화분에 다시 옮겨 심어 준다.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흙을 눌러 다져준 후 물을 붓는다.
나는 흙을 만질 때 느껴지는 평온함을 경험한 이후 본격적인 식물 생활을 시작했다. 내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보듬어준 아이들이 우리 집, 볕이 잘 드는 한편에 자리 잡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뿌듯함이 밀려온다. 마치 내 아이를 담아보듯 어느새 나의 사진첩에는 초록 식물들의 모습이 하나 둘 쌓여간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식물이 잘 자라는 집은 살기 좋은 집이라는 것. 지금껏 내가 머무른 집들은 대체로 식물들이 잘 자라주었다. 내가 머무르는 공간은 언제나 식물들이 함께한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우리는 서로를 보듬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