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코로나로부터 세상이 자유로워진지 한참 된 것 같은데, 그 덕에 많은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있었지만 별일이야 있겠나 싶은 마음에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나름의 조심스러운 생활을 이어왔다. 워낙 집콕 생활을 주로 하다 보니 밖에 나갈 일이 잘 없고, 나가도 동네 카페나 교회예배가 전부. 교회도 사람이 별로 없는 작은 교회고, 아기 보느라 사람들과 대화할 일도 잘 없는 상황인데. 어제 그제 컨디션이 좀 안 좋아진다 싶더구먼,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드디어 올게 왔다. 나의 첫 코로나 확진을 기록해 본다.
워낙 올빼미 생활을 하는 중이었던 터라 최근 컨디션이 떨어진 상황이 그저 피로누적이라고 생각했다. 증상이야 늘 동일했으니 설마 코로나라는 생각까진 해보지 않았다. 오늘도 병원에 갈 만큼의 상태는 아니었는데 약간의 몸살기가 느껴져 혹시라도 밤사이 컨디션이 더 떨어질까 봐 싶어 병원에 갔다.
선생님의 의심 소견을 듣고 검사해 보기로 결정. 목구멍 깊숙이 찌르고 간 면봉은 괜히 목을 간지럽게 만들어 재채기를 유발했다. 대기실에 앉아 괜히 주변을 신경 쓰며 콜록콜록거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라는 혼잣말 같은 생각을 반복적으로 되뇌며, 마치 잘못한 사람인 것처럼 불편한 마음으로 최대한 재채기를 참았지만 이미 한 번 터진 재채기는 참을수록 목을 계속 간지럽혔다.
결과를 보러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아뿔싸' 두 줄이었다. 그동안 잘 넘겼는데. 병원에 함께 온 아내와 아이가 맘에 걸린다. 아내도 바로 접수하고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아내는 음성 반응이었다. 아이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일단 보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하필 오늘 낮에 만났던 분이 있어서 얼른 연락드리고, 하루 이틀 사이 만났던 밀접 접촉자에게 연락을 드렸다.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하니 증상이 있음 검사해 보시라고.
약사님께 처방전을 드리니 조용히 마스크를 쓰시며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올게 왔네요."
'에휴, 그러게요.' 몇 년 전이었음 세상 큰일이라도 난 듯했겠지만, 이미 코로나에 걸려도 격리가 의무가 아닌 세상을 살고 있다 보니 그저 착잡한 마음뿐이었다. 감기에 걸린듯한 기분뿐이지만, 당장 내일,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서 아이를 등하원 시켜야 하는 것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아무리 의무 격리가 아니라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한 일이니. 부디 주변에 더 확산되지 않고 끝나길 바랄 뿐이다.
그동안 잘 지켜온 무결점 기록이 깨졌다. 아쉽다. 그러면서 동시에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이미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들이 했던 말이 이런 말이었나 보다 싶다. 약 먹고 푹 쉬어야겠다.
요즘 다시 확산세라는데, 다들 부디 몸 조심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