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살 자기 계발 보고서 ep.08
울타리 밖으로 나가본 경험이 있는가? 살면서 내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나의 안전지대를 스스로 벗어나 불안전해 보이는 세상으로 나가본 경험이 있는가? 두렵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실체를 보고 나면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마흔 살의 자기 계발은 그동안 내가 스스로를 두려움의 영역 안에 가두며 살아온 삶의 강박을 깨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주 어릴 적 초등학생 시절 운동회 때로 가보자. 한 번이라도 어떤 종목의 대표주자로 나가본 사람이라면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의 떨림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주로 계주 선수로 나갔다. 내 차례가 되어 바통을 들고뛸 때 한 번도 뒤를 돌아보거나 옆도 보지 않았다. 다음 차례의 선수에게 바통을 넘기기 위해 그냥 뛰는 것이 전부였다. 뜀박질을 시작하기 전엔 혹여 실수하면 어떡하지, 옆의 친구보다 느리면 어떡하지, 수많은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일단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생각들이 사라진다.
또 다른 기억을 꺼내본다. 대학생 시절 군 제대 후 4개월간 스페인으로 어학연수에 간 적이 있다. 마침 겨울 시즌이어서 연말에 수업이 없는 기간이 있었고 그 기회에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에서 내려 출입국 심사를 받는데 그 간단한 영어가 하나도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냥 물어봤다. 혹시 스페인어 할 줄 아냐고. 그래서 심사관이 스페인어가 가능한 직원을 불러서 삼자 대화를 한 후 심사대를 통과했다.
이번엔 형과 함께 떠났던 미국 여행 중에 만난 한 일본 친구의 일을 떠올려본다. 당시 플로리다주의 키웨스트 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미국의 남부지역은 허리케인으로 폐쇄되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와 형도 키웨스트 섬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어야만 했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터미널에 모여 있었다. 그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외국 사람들과 우연히 몇 마디 나누며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는데 그때 만난 한 일본 친구가 자신의 여행 루트를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Me, Huricane, here, here, here and here, No....."
말인즉슨 내가 가는 곳마다 허리케인이 와서 고생했다는 의미였다. 손짓 발짓을 하며 설명하는 그 친구의 설명은 그 어떤 설명보다 명확했다. 만약 그 친구가 자신의 영어 실력을 두려워하였다면 단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 자리에 함께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두려움은 언제나 존재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도전해볼지는 내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에 대해 남들이 가치판단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 자신만은 안다. 내 선택이 후회가 남을 선택이었는지 말이다.
“두려우니까, 했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늘 두려워서 망설였고 주저하기만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것을 후회했고 또 주저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점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두려움이 나의 세상이 되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할 수 있는데 두려워서 망설이고 있는 것이 있는가? 지금 당장 두려움 리스트를 작성해보라. 그리고 그 리스트들을 하나씩 지워가는 삶을 살아가 보자.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은 곧 내가 나를 책임져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멋지지 않은가?
두려움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한 동기로, 자기 의심은 자기 효능감으로 바꿔가는 시간을 계속 쌓아나가 보자. 그동안 내 안에 쌓인 두려움의 슬러지들과 그로 인해 커져버린 자기 의심이 하나씩 지워지는 것을 보면 더욱 확신에 차게 될 것이다.
두려움은 결국 맞서는 자를 이길 수 없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