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살 자기 계발 보고서 ep.09
우리의 여생을 모르는 채 살아가는 둔감한 고통을 선택하지 않고
자기 발견의 날카로운 고통을 견디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 타샤 유리크 저, 자기 통찰
타샤 유리크 박사는 본인의 저서인 ‘자기 통찰 - 어떻게 원하는 내가 될 것인가'에서 자기 통찰을 하기 위해서는 내적 인식뿐만 아니라 외적 자기 인식 또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외적 자기 인식을 위한 좋은 방법은 바로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난 나 자신에 대해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지만 생각보다 나의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준 적은 잘 없었다. 그만큼 가장 자신이 없는 영역이 글쓰기였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있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었을까. 그리고 또 무슨 자신감으로 나의 강점을 글쓰기라고 떠들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일상의 예시를 글의 도입부에 배치하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글의 본문으로 이끌어 내는 것을 보니 지금도 잘 쓰시고, 앞으로도 잘 쓰실 거라는 기대감이 많이 듭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준비과정을 거치며 블로그에 글을 계속 올릴 무렵 받았던 피드백 내용이다. 이때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에 처음 금이 가게 된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구체적으로 남겨준 첫 피드백이었고 덕분에 나의 글이 적어도 어떤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두 번째는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이다. 아마 누구라도 브런치에서 활동 중이신 작가님들이라면 이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어떤 행위에 대한 성취감을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이번에는 작가 지원에 큰 의미를 두어야겠다는 심정으로 지원했었다. 그러나 첫 작가 지원에 바로 승인이 되어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아마 2021년을 회고하게 된다면 Top 3 안에 드는 사건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조회수, 라이킷 수, 공유 수, 댓글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다. 사실 어떤 특정 지표를 나타내는 숫자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지만 온라인 생태계상 이러한 숫자들이 어느 정도는 평가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브런치 북으로 엮은 퇴사 이야기 중 누적 조회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 세 편이 있다.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 조회수가 그만큼 올라갔는지는 잘 모르기도 하며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 본다는 것 또한 적어도 자기 효능감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TV 예능 프로그램 중 오디션 프로를 좋아한다. 오디션 프로를 보고 있으면 한 개인의 성장이 보인다. 이미 수백수천 명의 사전 오디션을 거쳐 예선에 출연한 그들인 만큼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자기 의심에 움츠러든 모습들이 초반에 많이 나타난다.
최근 즐겨보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슈퍼밴드 시즌2다. 역시나 매 공연마다 프로듀서들의 심사가 진행된다.
이 중 크랙샷이라는 팀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3라운드의 열연이 끝나고 프로듀서들의 심사가 시작되었다. 극찬에 극찬이 더해졌다. 그중 유희열은 해당 팀의 보컬에 대해 최고의 호평을 하였고, 유희열의 평을 들은 보컬은 순간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쏟아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피드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최고의 전문가에게 호평을 받는다는 것은 지금 까지 자신들이 묵묵히 걸어온 길이 가장 선명해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심사가 끝난 후 프런트맨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은 그동안 밴드를 하면서 보컬에 대한 주변의 불만과 불신이 많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긴 시간 마음고생의 시기를 보내왔었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희열의 피드백은 모든 의심을 사그라들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팀의 자기 효능감을 극대화시켜주는 순간이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정작 우리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고 살아온 잠재된 재능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찾아가기 위한 삶을 살기보다는 정해진 틀 안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들을 해왔을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래 왔던 것 같다.
생각보다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나를 계속 드러내지 않으면 피드백을 받을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더 떠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꺼내고 기록해보기로 했다. 적어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 그저 근자감인지를 알고 싶다면 드러내 놓아야 한다. ‘나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외쳐야 한다. 누구도 먼저 나를 봐주지 않는 것이 세상이며 끊임없이 두드려야 겨우 ‘쟤 뭐야?’라고 봐줄까 말까 한 것이 지금 나의 현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떠들고 있는 것이다. 마흔 살이 돼서 퇴사를 준비하며 자기 살 길 찾아보겠다고 글을 쓰며 나 좀 봐달라고 그렇게 외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외치다 보면 언젠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될 것이라 믿는다.
자기 인식의 과정에서 내적 통찰에만 매달릴 경우 우리는 고치 안에 있는지
깨닫지도 못한 채 안전하고 따뜻한 망상의 고치 안에서 편안히 안주할 수 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 타샤 유리크, 자기 통찰 중
호평이든 혹평이든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어차피 세상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다. 내 글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은 계속 나의 독자가 되어 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차피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 꺼내놓자. 망설이지 말고 계속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