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합니다.

그동안 너무 쉽게 썼습니다.

by 알레
매일 쓰다 보니 쓰기가 가벼워졌고 가볍게 쓰다 보니 시답잖아졌다. 감히 윤동주 시인에 빗댈 건 아니지만 쉽게 쓰이는 글에 때론 마음 한 구석 불편했다. 좀 과하지만 과장을 덧붙이자면 거의 눈 감고 글을 쓰고 있는 기분이랄까. 글쓰기에 대한 짧은 반성문을 적어본다. 반성문도 글쓰기니까


'뜬금없는 반성문?'이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름 고민했다. '글을 이렇게 쉽게 써도 되는 걸까?'라고.


글쓰기가 일상이 되니 숨을 쉬듯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 것이 좋았다. 호흡하는 것과 같이 느껴질 만큼 글쓰기가 편했고 익숙해졌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문득 위와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이건 철저히 작가로서의 고민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의 글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턱이 없다. 물론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나 자신이라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내 새끼를 내가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으니.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는 글 하나를 써도 정성을 다했다. 아, 지금도 정성은 들이지만 그때는 한 편을 발행하기 위한 공수도 지금과는 분명 달랐다. 먼저 한글 프로그램에 글을 쓰고, 퇴고를 하고, 지인에게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퇴고를 마친 뒤에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이 정도 공을 들이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글 하나를 대하는 마음이 처음과 같지 않음을 깨닫고 나니 조금은 마음을 조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생각을 정리해 보고,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중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냥 잘 쓰는 것 말고 정말 잘 쓰고 싶다. 독자들에게 잘 읽히는 글이길 바라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길 나의 바람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나의 관심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만 향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을 일으키는 글은 결국 나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닐 때 가능한 것일 테니.


그렇다고 또 독자만을 위한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나를 위한 것이고 나를 써 내려가는 것이니.


두 가지 마음의 적정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된 것 같다. 이 과정이 혼란을 야기할지 성장의 계기가 될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기대되는 건 이제 나에게로만 향하던 시선이 바깥세상으로 좀 더 향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간혹 주변에서 글쓰기로 강의를 해보라는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면 전자책을 만들어보던가. 나를 높게 평가해준 것은 감사하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나의 글쓰기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던 탓이다. 바꿔 말하면 나의 글은 일기에서 딱 한 발 옆에 서있는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조금 더 영악하게 글을 써보고 싶다. 조금 더 많은 독자들에게 노출되는 글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쓰기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매일 쓰는 글이니 강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눌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라며, 욕망의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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