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싶어서 오늘도 씁니다

글태기를 넘기는 방법은 잘 쓸 때까지 쓰는 거 아닌가요?

by 알레

졸린 눈을 비비며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연신 하품을 해대는 모양새가 당장이라도 누우면 잠이 들어버릴 것 같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두 눈 부릅뜨고 정신을 부여잡는다. 오늘치 글을 써야 하기에.


요즘 작가님들과 재미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서로 낯선 두 단어를 엮어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


예를 들어, '사람'과 '후추'라는 단어가 주어지면 두 개를 어떻게든 연결을 지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았다.

사람은 후추다. 머문 자리에는 향기가 남는다.


사람을 후추의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향기가 떠올랐다. 후추 향에 민감한 나는 적은 양이어도 그 향은 언제나 느껴질 정도로 진하다. 농도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사람의 인상도 후추의 향과 같지 않을까 싶었다.


문득 카피라이팅 강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것은 '서로 낙차가 큰 단어일수록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임팩트가 커진다'라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작가님들과 연습하는 '두 단어 연결 짓기'와 카피라이팅 강의 내용은 완전히 맥락이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 평소 잘 연결 짓지 않던 단어들을 활용하여 문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순발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기분은 한 달 지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7일 동안 다양한 문장을 만들어보며 느낀 것은 첫째는, '재밌다'이고, 둘째는, '덕분에 틈틈이 아무 단어나 붙여 보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문장의 완성도는 일단 논외로 하고 오늘도 이불집 앞에서 문득 '나이'와 '이불'을 연결하면 어떤 문장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이는 이불과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 내 나이를 나타내는 두 자리 숫자를 덮어버리고 싶거나 걷어차버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무의식 중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자연스레 브레인 라이팅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애써 만들어낸 문장을 버리고 싶지 않다는 심정으로 오늘의 글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요즘 나는 글을 쓰는 시간보다 다듬는 시간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계산해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되고 지금까지 약 2년 여의 시간 동안 대략 이틀에 한 번 꼴로 글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은 그저 가볍게, 쉽게 쓰는 것에 만족했다. 나의 독자가 누구인지, 내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 의미에 대한 고찰 없이, 일단 다 썼다고 생각한 글을 툭 던졌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새로운 시도 덕분에 다시 글 쓰는 맛을 느끼는 중이다. 매일 쓰다 보니 슬그머니 매너리즘에 빠질 뻔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처방전을 받은 기분이다. 근래의 나를 겪으며 느끼는 것은 일기를 쓰고자 함이 아니라면 어떤 글쓰기든지 결국 한 단계 더 깊어지는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깊어진다는 것은 문장의 구성, 어휘, 표현력, 기획 등 전반에 걸쳐 골고루 성장한다는 뜻이니 결코 쉽지도 편치도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함을 뜻한다. 그럼에도 가치 있는 건 결국 달라질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평생 이루지 못할 목표인지도 모른다. '잘 쓴다'의 기준은 언제나 모호하기 때문이다. 자칫 완벽주의 성향이 발동하여 오히려 글을 쓰지 못하게 막아서는 역효과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날마다 되뇌며 글을 쓴다. 나에겐 충분한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 나만의 답을 내어놓을 수 있을지, 그게 가능한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지만 일단 오늘도 내 나름 단어 하나, 문장 한 구절 곱씹어 가며 써 내려가본다. 계속 쓰다 보면 잘 쓰게 되겠지라는 희망을 부여잡은 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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