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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ug 04. 2023

"나는 안돼"라는 자의식을 해체 중입니다

야 이노무 자(의)식아!

군대에서 총기를 분해할 때 '조립은 해체의 역순'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조립이 해체의 역순이라면, 해체도 조립의 역순일 것이고 그렇다면 자의식을 해체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난 긴 세월 조립된 자의식을 거꾸로 거슬러 가며 하나씩 해체하는 중이다.


자의식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된 일종의 방어막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두텁게 쌓이게 되면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나에게는 쫌 센 놈이 있는데, 누군가 좋은 뜻으로 '이런 거 해보면 어때?'라고 말하면 '어딜!' 하며 바로 이 놈이 등장한다. 


퇴사 후 지난 2년 동안 내 주변에는 자신만의 첫 번째 도미노를 넘어뜨린 사람들을 여럿 봤다. 가장 어렵다는 처음을 해내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는 금방이었다. 2년 전만 해도 엇비슷해 보였는데 지금 저들과 나는 서있는 곳이 너무 달랐다. '대체 무엇이 달랐던 걸까' 늘 질문이 가시지 않았다. 답답함에 더 쪼그라들 때도 많았다. 근데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자의식을 깨닫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 의식의 흐름은 이런 식이었다.


(예시 1)

지인: 알레 님은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쓰시잖아요. 혹시 브런치 작가되기 강의해 볼 생각은 없어요?

나: 브런치 작가되기요? 할 수 있죠. 할 수는 있는데, 그게 또 뭐 강의까지 할 만큼 제가 잘 쓰는 건 아니라서.


(예시 2)

지인: 혹시 글쓰기와 관련해서 전자책을 써보는 건 어때요?

나: 글쓰기 전자책이요? 제가요? 에이. 전 그냥 취미로 쓰는 게 전부인데요. 그리고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그냥 막 쓰는 거라 전자책으로 풀어낼 만큼 아는 게 없어요.


(예시 3)

지인: 해외 쇼핑몰 입점 관련 상품등록 준비는 어떻게 돼 가요?

나: 그게, 사실 상품을 등록하려면 그전에 현지의 문화부터, 소비 패턴, 그리고 선호하는 상품군,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걸 리서치해야 할 것 같은데, 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 이제 느껴지는가? 위의 예시는 실제 내가 했던 답이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을 느꼈다. 내 안에 있는 강력한 자의식은 일단 하지 못할 합당한 이유를 적절하게 찾아 입 밖으로 내뱉기 쉽게 세팅해 주는 녀석이라는 것이다. 아마 챗GPT보다 더 고도화되었을 것이다. 어쩜 그렇게 매 순간 기똥찬 답을 찾아내는지.


앞서 이야기한, '첫 번째 도미노를 넘어뜨린 사람들'을 만나보며 분명히 알게 된 건 '태도'의 차이였다. 그들은 삶의 도전 과제가 주어졌을 때 일단 당장 내디딜 수 있는 한 걸음만 생각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 한 끗 차이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오늘 더 이상 한 끗 차이로 표현할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 냈음을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 전혀 새로운 깨달음은 아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언급했고 그보다 몇 곱절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콘텐츠로 풀어냈다. 그걸 알면서도 그동안 내가 변하지 못했던 것은 나를 강력하게 붙잡고 있던 자의식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선명해지고 나니 이제야 머릿속에서만 머물러 있던 지식이 가슴으로 내려와 행동으로 옮겨지도록 만든다. 드디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자청의 책 <역행자>에서 보면 역행자가 되는 7단계 모델의 첫 번째가 바로 자의식 해체다. 난 이제야 그 첫 단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흥분되는 건 나다운 삶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것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나게 될까. 2023년 12월 31일에 나는 어떤 기록을 하고 있을까. 


무척이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노무 자(의)식에게 조만간 강하게 카운트 펀치 한 방 날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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