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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ug 18. 2023

책상과 삶에는 빈틈이 필요하다

각각의 펜으로 가득한 펜통. 전시회를 보고 기념품 숍에서 사들고 나온 엽서들과 각종 잠동사니들이 놓여있는 모니터 선반 위는 분명 가지런히 쌓아놨는데 어느새 흐트러져 모든 면적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노트북 한대 올려놓고 우측엔 스마트폰 거치대를 그리고 좌측엔 탁상용 선풍기 하나 올려놓을 정도의 여유만 있는 공간. 이곳이 바로 내 책상이다. 매일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온라인 세상에서 잡담을 나누는 그곳.


늘 이러고 살았는데, 오늘따라 물건들로 가득한 책상 위 드문드문 보이는 빈틈이 마치 창살 너머로 지는 해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서향 아파트 1층 집처럼 느껴진다. 만약 책상이 말을 한다면 매일 숨 쉴 틈을 좀 달라고 하려나?


어제는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벌써 며칠째 새벽을 달리고 있다 보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가고 있었음을 체감했다. 삶의 관성은 그렇다고 쉽사리 잠이 들게 만들지 않는다. 누워 있다가도 '거실로 나갈까?', '나가서 책이라도 볼까?' 하는 마음이 계속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썼다. 어쨌든 잠은 들었는데, 왜 오늘 내내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치솟는 걸까. 정말로 내 삶에는 틈이 없는 걸까.


요즘 생각보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만 좀 더하라고. 좀 빼내라고. 그럴 때면 늘 드는 생각은, '대체 내가 뭘 그리 많이 한다고?'라는 것. 마침 바로 어제도 이런 대화가 오갔기에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여전히 뭘 많이 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분명한 것은 어느 날 훅 피로가 몰려온다는 사실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늘 그랬듯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나를 감돈다.


아무래도 진득하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단순히 잠을 못 잔 게 전부라면 적정량의 수면을 취하면 나아지는 기분이라도 느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다른 이유도 깔려 있을 거리 생각된다. 


이번 달에는 기필코 내 주변과 마음을 정리해 보겠다 마음먹었는데, 아직 제자리다. 오늘 당장 하나라도 시작해 봐야겠다. 어쩌면 지금 생각도, 마음도, 환기가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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