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건강만 해다오. 아빠는 더 바라지 않을...
"여보, 아들 열이 38도가 넘어."
지난주 금요일 저녁, 교회에 가 있던 나에게 아내의 카톡이 왔다. 분명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멀쩡했던 것 같은데, 그 사이 열이 오른 걸까. 예배를 마치고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니 아이는 이미 잠들어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지겠지'하며 여느 때처럼 씻고 나와 넷플릭스 드라마를 틀었다. 그리고 그 새벽. 아이는 잠에서 깼다.
아이는 39도, 40도를 오가며 한 여름 폭염을 무색하게 만드는 고열의 날이 시작되었다.
평소에도 약을 먹기 싫어하는 아들은 역시나 해열제를 거부한다. 제 몸이 힘든탓이라 생각하며 마음은 아프지만 그냥 둘 수는 없으니 억지로라도 붙들고 먹였다. 울고 불고 난리를 치며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의 입을 벌려가며 먹이는 상황은 열을 내리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열을 올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겨우 상황 종료.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열이 좀 내렸다. 아이도 조금 살만했는지, 다시 잠이 들었다.
이미 날은 밝았다. 전날 늦게 잠든 것과 새벽에 아이와 씨름한 탓에 몽롱함이 가시질 않았다. 침대에 누워 얕은 잠을 자고 나니 오히려 머리가 아팠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 좀 나을까 싶어 병원에 갔다가 카페에 잠깐 앉았다. 시원한 커피 한 잔과 빵을 먹는 동안 아이도 나름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잠깐의 여유를 누리고 집에 돌아와 집을 정리하고 일상을 보냈다.
병원에서 약도 지었으니 차차 나아지겠지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열이 올랐다. 또다시 39도. 아이도 힘이 드는지 자리에 누워 거친 숨만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열이 좀 내리면 살아났다가 열이 오르면 힘들어 다시 누워 있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는 실랑이를 반복하며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몽롱한 상태로 보내고 난 뒤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갔다.
토요일 첫 내원 때만 해도 수족구를 의심했다. 안 그래도 같은 어린이집 아이들 중에 수족구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있었기에, 또 수족구인가 싶었는데 지난번처럼 손과 발, 입 안 어디에도 수포가 보이지 않은 채 고열만 계속되어 이상하다 싶었다. 결국 일요일에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데노라니.
검색해 보니 아데노는 꼬박 5일은 고열이 지속된다고 했다. 해열제를 먹여도 잠시일 뿐, 다시 열이 올라 그냥 잘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부분의 답이었다. 그나마 병원에서 해열 주사를 맞았을 때 5시간 정도 열이 내려간 상태가 지속되었을 뿐 이내 다시 고열 상태로 돌아갔다.
토요일에 지은 약이 다 떨어져 오늘 다시 병원에 갔다. 아침나절 계속 39도, 40도의 고열이 지속되어서 그냥 버티는 건 무리었다. 어제와 다른 쪽 볼기에 주사를 맞고 한바탕 울다가 선생님이 쥐어준 비타민과 사탕에 울음을 그치는 아들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 속에 오늘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집에 돌아와 잠시 쌩쌩하더니 밤새 잠이 부족했던 아이는 낮잠을 자는 중이다. 나와 아내는 혹여 '자고 나면 또 열이 오를까' 그저 마음만 졸인다. 이제 겨우 3일 차. 앞으로도 이틀은 더 지나야 열이 내린다고 하니 마음이 쳐진다.
요즘만큼 '그저 건강만 하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말에 실감하던 때가 또 있었나 싶다. 내 몸이 아픈 건 아니지만, 내 아이가 아픈 게 이렇게나 마음이 어려운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주사를 맞고 나와 '아빠~'를 외치며 울던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잘했어!' '우리 아들 멋지다!' '잘 참았어 아들!'
아이는 열 때문에 땀을 흘리고, 나는 한 여름 폭염으로 땀을 흘린다. 거실에서 아이가 잠든 동안 에어컨을 꺼둔 탓에 방에 들어와 탁상용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며 글을 쓰는 지금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지만 이렇게나마 아이와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견디는 중이다.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 2위가 아데노고 3위가 코로나라고 한다. 코로나보다 더 유행하는 게 아데노였다니. 부디 누구도 이 여름에 아프지 말길. 그리고 건강한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음을 감사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