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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알렌살롱

커피로 시작하는 하루

- Prologue. 커피 한 잔에 담긴 삶의 이야기

by 알레
이제껏 나는 인생을 커피 스푼으로 헤아려 왔다
- T.S. 엘리엇


매일 아침 출근 전 커피 포트의 물을 올린다. 92도. 커피를 가장 맛있게 내릴 수 있는 물 온도는 92도라고 한다. 미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솔직히 89도로 내리나 92도로 내리나 나에겐 그저 비슷할 뿐이다. 그냥 갓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면 그만이다.


원두는 5 스푼. 약 50그램의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분쇄도는 중간보다 조금 더 굵은 정도로 갈아준다. 서버와 드립퍼에는 해바라기 종이 필터를 넣고 미리 뜨거운 물을 한 컵 부어준다. 종이 필터를 미리 적셔주면 필터가 드립퍼에 달라붙어 원두 가루를 담기 편하다. 그리고 서버를 예열시켜 주면 커피의 빨리 식지 않아 좋다.


핸드드립을 할 때는 주전자 끝의 기울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가운데부터 살포시 원을 그리며 적셔준다. 처음에는 뜸을 들인다는 생각으로 살짝 물을 머금게 해 준다. 신선한 원두일 경우 잘 부풀어 오르는 커피 번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이야기하자면, 커피 가루를 필터에 담고 난 후 물을 붓기 전, 그리고 뜸 들이기 과정에서 커피가 부풀어 오를 때 가만히 향을 음미해주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KakaoTalk_20210827_094359995_06.jpg 커피가 부풀어 오를 때 느끼는 구수한 향기는 분주한 아침을 잠시 멈춰 세워준다.


본격적으로 커피를 내린다. 50그램의 원두의 경우 서버 기준 500ml 정도까지 커피를 내려준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칼리타 법이라고 불리는데 500ml까지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희석 법이라고 불리는데 원액을 내리고 일정 비율로 물을 섞어 주는 방법이다. 나 같은 경우는 원액 3 물 7의 비율로 희석해준다.


칼리타 법으로 내리는 커피와 희석 법으로 내리는 커피는 맛이 약간 다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칼리타 법으로 내렸을 때 산미가 조금은 더 해지는 듯하다. 취향에 따라 내리는 방법을 달리해보는 것도 좋다.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집을 나선다. 나의 하루는 늘 이렇게 커피와 함께 시작된다.






커피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하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책을 펴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분주한 하루에 커피 한 잔으로 잠시 틈을 만드는 사람, 하루 종일 누군가를 만나느라 여러 잔의 커피로 배를 채우는 사람.


일상의 평범한 순간이 향기에 묻어나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에게는 애환이 담긴 추억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수많은 연인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아가기도 하며 동시에 커피 한 잔이 채 식기도 전에 이별을 통보받기도 한다.


핸드드립 커피, 달달한 믹스 커피, 인스턴트 블랙커피, 라테, 카푸치노 등 취향도 저마다 다르다. 한 집 건너 한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커피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어쩌면 그래서 세상살이가 다양하듯 커피 이야기도 늘 다양한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커피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쯤 편하게 만나 다시 커피 한 잔과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우리들의 커피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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