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를 알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Sep 13. 2023

안녕, 알레야

레알 알레는 빛을 싣는 사람

가족의 앞에서 당당하게 내 차에 이름을 붙였다. 얘는 이제부터 유하야. 
유하가 무슨 뜻이냐는 엄마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유O, 하고 싶은 거 다 해~” 

진짜 유치했지만.. 그때는 몰랐지. 장난처럼 붙였던 그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어느새 이름보다 더 자주 불리는 것 같은 제2의 이름이 되어버린 유하. 어쩌면, 이 이름이 내가 모르던 마음을 담아내며 새로운 시작을 불러왔던 것이 아닐까.

유하책방 작가님의 글 <안녕, 유하야> 중에서

https://brunch.co.kr/@letter-yuha/3


친한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필명의 유래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본명인 줄 알았을 만큼 너무 자연스러웠던 그 이름을 알고 보니 저런 뜻이었을 줄이야. 본명이라고 해도 믿었을 만큼 이제는 제2의 이름이 되어버렸다는 그 말처럼, 나의 필명인 알레도 어느새 내 이름보다 더 많이 불리는 제2의 이름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내 본명을 듣는 게 어색해질 정도다.


그러고 보니 참 신기하다. 유하 작가님의 이름 유하의 뜻을 찾아보면 1) 부드럽고 순하다, 2) 걱정이 없다라고 한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작가님의 느낌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내 이름 알레는 스페인어 이름 알레한드로(Alejandro)를 줄여 알레(Ale)가 되었다. 실제로 중남미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곤 했다. 


스페인어 이름 알레한드로는 아마 철수 같은 급일 것이다. 아마 뻬드로(Pedro), 후안(Juan)과 맞먹는 흔한 이름일 듯. 단지 좋아하는 가수 이름이 알레한드로 산즈여서 그 가수의 이름을 따다 지은 이름이 지금은 제2의 이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유하 작가님처럼 나도 내 이름을 따라가는 건지, 알레 알레 하다 보니 나를 알고 싶어 졌고, 지금껏 가지고 살아온 제한적 사고를 뒤집어 진짜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커졌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뒤집으면 레알(Real)이 아니던가! 참고로 스페인어로 Real을 레알로 읽는다.


어쩌면 나의 이름도 유하 작가님의 이름처럼 내가 모르던 마음을 담아내며 새로운 시작을 불러온 샘이지 않을까 싶다. 나이 마흔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나다움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내면의 방황과 갈증을 경험하고 있다. 나다움을 찾기 위한 여정은 육아에 치여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듯할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최악이라 여겼던 순간들이 최선이었음을 깨닫는다.


숱한 날을 답답함에 한숨지었고 로켓 엔진을 달고 날아가는 듯한 남들의 성공과 성장이 하염없이 부럽게만 느껴졌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 또한 레알 알레가 드러나는 순간들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상황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감정의 격변기를 겪으면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감정이 가라앉아도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지 않게 되었고, 금방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나름의 회복 탄력성이 생겼다. 


돌아보니 사실 이미 나는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나아가는 과정 모두가 나다운 삶의 연속이었을 테니.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지나며 다져지는 동안 단지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을 뿐. 나의 삶은 언제나 레알이었다.


흔히 연예인들이 이름 따라간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제2의 이름 따라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진하게 보내고 나면 그 끝에는 나의 본명을 따라 빛을 싣는 존재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빛나는 나의 삶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들은 잘하는데 나는 왜 실천이 어려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