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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Sep 08. 2023

안녕, 유하야

이제는 나의 이름이자 행복이야


베티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이수(김하늘)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도진(장동건)을 보며 물었다. 도진은 그런 이수를 향해 내리면 대답해 주겠다고 대답을 한다. 왜냐는 질문에 베티가 듣잖아요- 라며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몇 년 전, 엄마와 재미있게 시청하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중 한 장면이다.


베티라니! 처음에는 베티가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도진이 자신의 차에 이름을 붙여준 것이었다. 자신의 차에 이름이라니 생소함에 이상하게 쳐다보던 것도 잠시 나중에는 베티가 꼭 등장인물 중에 한 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통해 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내 차가 생기면 꼭 이름을 붙여줘야지.


그리고., 2020년 드디어 첫 차가 생겼다.





고르고 골라서 샀던 이상한 앨리스와 시계토끼..였는데 지금은 다 떨어져서 다른 키링으로 바꿨다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생긴 차였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혼자 다짐했던 기억은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일까. 가족의 앞에서 당당하게 내 차에 이름을 붙였다. 얘는 이제부터 유하야.


유하가 무슨 뜻이냐는 엄마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유O, 하고 싶은 거 다 해~” 

진짜 유치했지만.. 그때는 몰랐지. 장난처럼 붙였던 그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름이 만들어진 이유는 어떻게 보면 내 성장욕구가 충족이 안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3교대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공휴일도 주말도 없었던 삶을 살아서일까-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걸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에 놓이면서 저절로 하나씩 포기하게 됐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만 주위에 가득해서, 그나마 차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유일한 취미가 카페 도장 깨기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메모장에 지역별로 가고 싶은 카페들을 작성해서 지우는 재미로 살았었고, (지금도 친구들 사이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운전이 어색함에도 거리를 가늠해서 30분에서 1시간 거리는 운전했기 때문인지, 운전하는 실력이 점점 늘어나기는 하더라. 그렇지만 운전해도 길치는 안 고쳐지더라.


카페 도장 깨기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출근용으로 쓰기 때문일까, 카페 도장 깨기도 못할 만큼 바빠지면서는 어느새 유하(차)는 매달 존재감만 뽐내며 사라지는 돈을 담당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유하의 의미가 담긴 내용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퇴사를 하게 됐다. 3교대를 지속하면서 점점 더 안 좋아진 컨디션도 그랬지만,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8년 이상 가고 있던 길을 멈췄다. 그리고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없던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퇴근 후부터 자기 전까지 나의 시간이 생겼다.



이불이랑 책이랑 고양이랑.. 진짜 사랑이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낯설면서도 여유로움에 젖어들었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자 공허함이 생겼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나 혼자 멈춰있는 느낌이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그때 우연히 접한 책이 나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정말 가볍게 시작했던 책 한 권의 시작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했고, 차에 붙여줬던 이름이었던 유하로 기록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그 기록은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 브런치까지 이어지면서 정말 내가 원했던 유하처럼 살게 됐다.


어느새 이름보다 더 자주 불리는 것 같은 제2의 이름이 되어버린 유하. 어쩌면, 이 이름이 내가 모르던 마음을 담아내며 새로운 시작을 불러왔던 것이 아닐까.




p.s

친구가 물었다. 유하다가 그 의미였냐며. 대체 무슨 뜻으로 생각했나 혹시 몰라서 검색했는데, 1번이 아닌 2번의 뜻으로 얘기한 건가…?


유하다(柔하다)
1. 부드럽고 순하다
2.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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