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마음이 산란하다. 마음이 산란해질 땐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이 있는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진다는 점이다. 근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걷잡을 수 없다. 물론 좋은 생각일 리는 없다. 부정적이고 불편한 마음은 화선지에 떨어진 검은 먹물 한 방울과 같이 닿는 순간 사방으로 퍼진다.
요즘은 전보다 자주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불안정한 상태로 길어진 삶은 마치 사방으로 번져 나가는 먹물처럼 삶을 흐릿하게 만들어 놓는듯하다. 뚜렷한 목표가 없이 그저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번지는 먹물처럼 그냥 일단 떨어졌기에 최선을 다하는 상태. 그러나 가면 갈수록 흐려지다 결국 멈춰 서는 상태.
답답함이 계속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결책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도 왜 이리 집중할 수 없는 건지. '나라는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노상 그 이유를 대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건 비겁한 변명이 아닐까.
지난주 수요일. 드디어 책상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 쌓여있던 책 탑을 새로 구입한 책장에 넣었다. 오랜만에 책상이 넓어졌다. 근데 이게 뭐라고 숨통이 트이는 걸까. 꽤 오랜 시간 책 탑 사이 겨우 노트북 하나 놓을 공간에서 작업하는 게 익숙해졌다고 여겼는데, 빈자리가, 책상 위의 여백이 이렇게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니 지난날의 익숙함이 너무 민망하지 않은가.
어쩌면 지금 내 마음도 여백을 요구하고 있는 걸까 싶다. 지금까지 여백을 공백으로 받아들여 자꾸 채우려고 애썼는데 채우고 채우다 보니 바닥에 자리가 없어 위로 쌓아 올린 책들처럼 나는 내 마음속 불안을 가리기 위한 탑을 쌓아 올리고 있었는가 보다. 진작 마주하고 정리했어야 했던 그 마음을 그저 덮어왔으니.
한숨 크게 들이쉬고 정리를 시작해 봐야겠다. 글쓰기와 함께.
문득 요즘 내 삶의 시간이 노란 은행 나뭇잎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곧 있으면 떨어질 단풍잎을 보면 마치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떨어지는 순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나는 그동안 움켜쥐고 있던 시간을 더 안간힘을 쓰며 견뎌내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놓아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상태로 일단 매달려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어쨌거나 결국 어떤 선택이라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저 바라는 건 때가 되었기에 낙엽이 되기보다는 분명한 내 판단에 미련 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것.
오늘따라 마음의 혼란이 유난하다. 마음속에도 책장이 있으면 좋겠다. 하나씩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싶은 그런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