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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정말 쉬엄쉬엄 하려 했는데

by 알레

이번엔 정말 쉬엄쉬엄 글쓰기를 하려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겠다는 마음이 든다. 1박 2일 여행을 와서도 결국 노트북을 펼친다.


친한 친구 중에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매일 꾸준히 헬스장에 가는 꾸준함이 대단해 보여서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봤다. 이제는 운동을 가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이곳저곳 아파서 매일 가게 되었다는 그 친구의 답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한 마음으로 나도 글을 쓰고 있으니까.


매번 묻고 또 묻는 단골 질문이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서다. 요즘 <원씽>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의 서문에 보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


당신의 단 하나는 무엇인가?

책 <원씽> p.10



글 쓰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가지로 명료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곧 나를 마주하기 위함이다. 보듬어두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나의 연약함과 결핍을 바라보게 해주는 시간. 분주함 속에 고요함을 선물해 주고, 어질러진 하루를 정리해 주는 시간이 글 쓰는 시간이다.


글쓰기는 지금껏 나를 나아가게도 했고 멈춰 서게도 했다. 전부터 늘 글쓰기를 지도를 그리는 것으로 표현하곤 했다. 내가 진짜 나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찾게 해주는 지도를 그리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때론 물안개가 자욱하듯 방향을 잃어버릴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또 그런 나를 마주하며 그 순간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나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전보다 잘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는 곧 나의 삶의 지도가 되고 나를 사용하는 설명서가 되어주는 듯하다. 그래서 계속 글을 쓰게 된다. 아니 쓸 수밖에 없다. 나의 시간이 흘러가듯 지도와 설명서의 버전도 나날이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니.


어쩌면 애초에 글쓰기를 쉬엄쉬엄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나는 글쓰기에 덕질을 하는 덕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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