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번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고스톱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작심 3일은 아닌데 늘 어딘가 석연찮은 기분은 뭐지?
습관을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시작한 한 해의 끝자락에는 어김없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분명 뭔가를 했는데. 나 분명 뭔가를 열심히 꾸준히 하긴 했는데. 왜 여전히 만족스럽지가 않을까에 대한 고민.
나는 이런 고민에 빠져있는데, 누군가는 한가득 회고 기록을 쏟아내며 셀프 칭찬을 하는 것을 볼 때면 괜스레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에 접어들었다. 똑같이 책을 읽고 글쓰기를 했지만 나에게는 석연찮은 기분이 남을 때 다른 누군가는 만족감과 효능감을 느끼는 차이는 무엇일까?
바보야, 문제는 시스템이야!
요즘 다시 꺼내 읽고 있는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나오는 소제목이다. 순간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저자가 나에게 일침을 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알레야, 바보야! 아직도 모르겠어? 문제는 시스템이야!'라고. 나는 여기에 '기록'을 추가 하고 싶다.
우선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책의 저자는 운동선수 출신답게 스포츠를 사례로 들고 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다. 승자와 패자의 목표는 모두 같다. 그러나 승자가 되는 시스템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승자와 패자의 목표는 모두 같다'는 부분에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내가 늘 부러워했던 몇몇 사람들. 그들과 나의 목표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점에서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삶에 적용한 시스템은 달랐다. 그리고 결과 역시 달랐다.
알면서도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시스템 설계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면 줄곧 목표에만 집중했음을 깨닫는다. 운동회를 하면 1등 또는 종합 우승. 시험을 보면 평균 90점 이상. 수험생 시절엔 대학 입학을, 그다음엔 취업을, 그다음엔 결혼을, 그다음엔 출산을. 결국 삶의 모든 순간에 집중했던 것들은 대부분 목표였지 그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시스템은 무엇일까? 시스템은 곧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다. 오늘 낮에 한 가지 재미난 경험을 했다.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 아버지 댁에 잠시 들러야 할 일이 있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시동을 켜 놓은 상태로 집에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차에 탔는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시동 버튼을 눌렀다. 시동이 꺼지고 나서야 '아! 내가 시동을 켜 놓고 다녀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안전벨트를 매고 뒤이어 시동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너무 자연스럽게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게 바로 자동화 시스템이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마찬가지다. 습관을 기른다는 것은 단순히 그 행위를 여러 날 동안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지난 2년 넘게 글을 쓴 나에게 글쓰기는 자동차 시동 버튼을 누르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돼야 했을 텐데 말이다.
각각의 행동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이 되기까지는 '잠재력 잠복기'를 넘어설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습관이 형성 되기까지 평균 66일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평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66일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다. 그러니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2024년 한 해 동안 365일 글쓰기에 도전해 보려 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 지나야 잠재력 잠복기라는 지점을 넘어서게 될 지가 궁금하다.
기록은 시스템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을 설계해 가는 과정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기록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사람들의 경우 꾸준한 기록이 남아있었기에 한 해를 돌아보며 셀프 칭찬을 할 수 있을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불렛저널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고 있었지만, 플래너의 기능으로서만 활용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올해는 플래너와 다이어리를 구분해서 기록을 시작했다. 플래너는 말 그대로 스케줄을 점검하기 위한 용도라면 다이어리는 리뷰와 삶의 다양한 것들을 기록해 보는 용도이다.
쓰고 보니 올 한 해 동안은 쓸 거리와 무언가를 쓰는데 들일 시간이 가장 많겠구나 싶다. 그러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한 번쯤은 나 자신의 로우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4년도 이제 겨우 이틀 지났을 뿐이다. 아직 뚜렷한 계획이나 목표를 잡지 못했다면 슬쩍 권해보고 싶다. 글쓰기 365에 도전해 보시길. 매일 삶을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 보시길.
나의 오늘은 지나온 시간의 누적된 결과임을 잊지 말자. 오늘의 내가 두루뭉술한 사람이라면 지난날의 내가 늘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가 고갈 되었다면, 전날의 내가 나를 탕진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딱 1년만. 오늘 내가 내디딘 한 걸음이 1년 뒤엔 어디까지 도달했을지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