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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an 04. 2024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그런 날이다. 지난밤 비염으로 계속되던 재채기로 허리까지 아프기 시작하니 아침이 매번 맞이하는 그 아침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심호흡하며 천천히 허리를 펴줬다. 그러고 나서 어기적어기적 침실문을 열고 나와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몸이 불편하니 모든 게 귀찮다. 오랜만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 시작한 하루지만 다른 때보다 게으르게 보내고 있는 하루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 정도는 경미한 수준이다. 오랜 시간 허리통증을 달고 살아오니 이제는 나름의 통증 레벨 기준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앉았다 일어나면 허리가 뻐근하지만 그래도 허리가 똑바로 세워진다는 것, 그리고 아이를 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이 정도면 굳이 비유하자면 빨리 걷다가 발목을 살짝 접질린 그런 정도랄까.


그런데도 내내 비비적거린다. 의식이 자꾸 '나 허리 아파'를 되새김질한다. 괜히 환자라도 된 것처럼 이때다 싶어 편안하고 싶은 본능을 들쑤신다. 이럴 땐 아주 살짝 응석을 들어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평소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데, 오늘은 잠시 누워서 쉴 겸 15분 정도 눈을 붙였다. 덕분에 의식의 응석도 잦아들었다.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오후 3시.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생산적인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 아이 하원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이 채 안 된다. 그 사이에 무엇을 해야 하나. 잠깐의 고민 후 매일 인증을 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끝냈다.


요즘 습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체화돼 버린 기존의 습관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루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루의 변화를 삶의 변화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빠진 이유는 지난 2년간 숱하게 고민했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경제적 불안정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았든 허송세월하였든 어쨌든 지난 2년 동안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에 그때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내가 찾은 답은 수면 습관이었다. 긴 시간을 올빼미로 살다 보니 자연스레 수면의 질은 좋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었다. 그 덕에 대부분 날을 몸이 무거운 상태로 보냈다.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원인을 알면서도 바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24년에 성공하고 싶은 것 딱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수면 습관을 바꿈으로써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나머지는 연쇄반응처럼 이어질 테니. 


이제야 왜 광고에서 그렇게 말하는 줄 이해가 간다.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 그리고 왜 이제야 어른들이 잠이 보약이라고 말씀하시는지도 이해가 간다. 그나저나 한껏 게으르고 싶은 날에 수면 습관의 변화를 생각하는 것도 어딘가 좀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는 듯 하지만. 어쨌거나 올 해는 꼭 건강한 삶의 기초를 다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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