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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an 13. 2024

고민 덕분에 글 한 편을 쓴다

주말이다. 일어나는 시간도 늦고 몸이 풀리는 시간도 정신머리가 깨는 시간도 늦는데 왜 이리 시간만 빠르게 흘러가는 건지. 하마터면 오늘 글쓰기를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주말에 느껴지는 감정은 지루함이다. 하루가 너무 느슨해서 그런가, 내내 지루함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글도 잘 쓰이지 않는다. 


어쩌면 평일의 삶의 이미 적당히 여유로운 탓일까? 더 늘어지는 하루는 평온하기보다 불편하다. 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도 되나 싶을 만큼. 그래서 책을 펼친다. 단 몇 페이지라도 읽으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읽어 내려가지만 이내 졸음이 쏟아진다. '나 매일 책 읽는 사람 맞나?' 내가 생각해도 주말의 흐름은 전혀 다르다. 매 주말이 대체로 비슷한데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아마 주중의 패턴이 몸에 배서 그런 것 같다.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인가?' '병'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는데 달리 어떤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 고민하다 그냥 두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만약 이게 불편한 흐름이라면 그런 원하는 하루는 어떤 모습인데?' 생각해 보니 딱히 어떤 명확한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다. 그러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건 잘 쉬는 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무의식 중에 나 자신에게 쉼을 허락하는 걸 막고 있는지도. 


글을 써보니 내가 왜 이런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 명확해진다. 사실 이런 감정의 흐름이 비단 오늘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더 솔직히 나 자신을 돌아보면 연속된 시간을 살아오면서 아주 조금이라도 현실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있었기에 그것이 느슨한 하루를 만나 증폭된 것이다. 아마 이번 한 주에 아주 작은 물줄기라도 그런 감정의 흐름이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가라앉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역시 마음은 글로 풀어주는 게 최고다. 글쓰기 습관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마음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예전엔 한바탕 수다를 떠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는데 이제는 조용히 앉아 글에 적어 내려가는 것만 한 게 없다. 짧게라도 나를 기록하는 시간. 이 시간은 호흡하는 시간과 같으니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죽는 거니까.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걸 보고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얘기해 준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매일 어떻게 쓸 말이 있냐고도 묻는다. 솔직히 나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이전보다야 쉽게 쓸 수 있는 감각이 커진 건 맞지만 어떻게 글을 쉽게 쓸 수 있겠나. 그래도 에세이를 쓰는 건 그나마 편하다. SNS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쓰는 짧은 글은 정말 어떻게 써야 할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최근 이 부분이 막혀 답답하다.


아무래도 순간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SNS의 특성상 쓰는 방식도 어휘도 달라져야 한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적용하려니 매번 헤매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브런치에 매일 에세이를 쓰는 나를 대단하다고 하는 그 사람이 나에게는 대단한 사람이다. 어떻게 그렇게 캡션을 잘 쓰는지. 어떻게 그렇게 팔로워의 소구점을 잘 찾아내 콘텐츠를 만드는지 늘 혀를 내두르며 본다. 


삶은 이렇듯 늘 상대적이다. 고민도 상대적, 재능도 상대적, 여가를 보내는 마음도 상대적. 모든 게 상대적인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지혜로운 건 상대를 없애는 것이지 않을까? 상대적이라는 건 비교 대상이 있다는 뜻이니 필요 이상의 마음은 내려놓을 줄 아는 게 오히려 나를 위한 삶인 듯하다. 온라인 세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과연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도 고민 덕분에 글 한 편을 썼다. 그럼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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