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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an 21. 2024

아낌없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 절기 중 가장 추운 날. 나는 세상이 꽁꽁 얼어붙는 날 새벽에 태어났다. 평생을 살기로는 서울에서 살았지만 태어난 건 충북 청주였다. 그래서 언제나 나의 고향은 청주였다. 그 시절, 할머님께서 절에 기도하러 가신 사이 내가 태어났다고 들었다. 손주들을 위해 언제나 지극 정성이었던 할머니가 문득 생각난다. 아마 살아계셨다면, 그래서 증손주들까지 만나셨다면 너무나 좋아하셨을 텐데.


사실 난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의미 있는 날 이긴 하지만 그냥 대놓고 내색하는 게 좀 민망하다. 더러는 마치 추수꾼처럼 축하 인사를 거둬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난 그저 그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에겐 너무나 민망한 것을 그들은 당연한 듯 요구하니. 그만큼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일 테니.


나와 내 아이의 생일은 하루 차이다. 나는 21일, 아들은 22일. 뭐 닮을 게 없어 추운 날 태어나는 걸 닮았을까 싶다. 같은 때 아이를 낳고 보니 그때 그 추운 날 어머니도 참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세상이 아직 감당하기 어려운 여린 생명체를 위해 참 많이 애쓰셨을 것 같다. 돌아보면 지금 내가 이 나이가 되어 아빠가 될 수 있는 것도 나의 부모님과 또 조부모님까지 여러 세대가 삶을 나눠 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이제는 내가 나의 아이를 위해 삶을 나누고 있다. 부족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날마다 고민한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숭고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애잔하다. 그저 쏟아낼 뿐이고 흘려보낼 뿐이니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 알면서도 마땅히, 기쁨으로 그 선택을 반복하기에 그래서 숭고하다. 


아빠가 되어서야 나의 삶이 거저 받은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늘 내가 애쓰며 얻어내고 만들어온 삶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나의 부모님이 흘려보내는 것을 당연한 듯 받았을 뿐이었다. 어쩌면 사람이 늙는다는 건 흘려보낼 사랑이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잘 늙기 위해선 내 안에 담아둔 사랑을 잘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생일이 1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건 부모님께 받는 사랑을 기억하며 다시 돌아올 1년 후를 기다리며 내 아이에게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 위함인 것 같다. 다시 또 1년을 살아가며 잘 흘려보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내 삶의 근간이 되어주었든 이제는 내 아이의 삶에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아버지, 어머니.

낳아주셔서 길러주셔서 사랑해 주셔서 아껴주셔서,
지금도 계속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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