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은 딴짓, 업무는 부업으로 합니다

삶에는 언제나 환기가 필요합니다

by 알레


오전 5시 30분.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뻐근한 목과 허리를 부여잡고 주섬주섬 일어나 몸을 추슬러본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간다.


정신을 차리고 난 후 출근길에 마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보통 차로 1시간에서 1시간 20분가량 소요되는 출근길을 위한 준비는 이렇게 끝난다.


그리고 오전 8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아침엔 우유 한 잔,
점심에 패스트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곗바늘 보면서,

어젯밤 술이 덜 깬 흐릿한 두 눈으로
자판기 커피 한잔 구겨진 셔츠 샐러리맨
기계 부속품처럼 큰 빌딩 속에 앉아
점점 빨리 가는 세월들
THIS IS CITY LIFE


어릴 적 샐러리맨에 대한 단상은 故신해철 님의 곡인 ‘도시인’이었다.


이 곡이 나온지도 벌써 거의 30년이 다되어간다. 슬픈 건 여전히 이 가사가 공감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난 가사 속의 도시인이 되어 CITY LIFE를 살아가고 있었다.


가사의 요목 조목 모든 것이 다 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매일의 피로에 찌들어 버린 ‘흐릿한 눈’이나 '기계 부속품'처럼 느껴졌던 시간들, 야속하게 '점점 더 빨리 흘러가는 세월'을 체감하는 것은 여전하다.

jose-martin-ramirez-carrasco-45sjAjSjArQ-unsplash.jpg 도시의 삶은 언제나 분주하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딴짓이다.




이른 퇴사 선언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좋은 점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강도가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어차피 난 떠날 것이니까’의 마인드가 대부분의 스트레스를 별 것 아닌 일로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회사에서도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어차피 계속 이어갈 수 없는 노릇이기에 업무를 인계받을 새로운 담당자에게 자연스럽게 일이 넘겨진다.


반면에 단점은 더 이상 일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솔직한 입장은 그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책임의 영역과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업무에 대해서는 아주 최소한의 책임만 가지고 임하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욕먹지 않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점점 나의 하루는 딴짓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생산성을 올려주는 딴짓: 글쓰기


내가 하는 딴짓은 주로 콘텐츠를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다. 콘텐츠는 주로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식과 연관된 것들이다. N잡, 노매드의 삶, 경제적 자유, 동기부여, 독서 등 나의 성장과 자립을 위한 다양한 인풋들을 채워 넣는다.


글쓰기는 이러한 인풋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간혹 글쓰기를 버거워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냥 짧게 아무렇게나 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부담은 넣어두고 오직 기록을 목적으로 쓰면 된다.


브런치에 직장생활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또 SNS에 하루의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매일의 순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별것 아니라고 여겨졌던 일상의 사건들과 감정들이 휘발되고 나면 어렴풋한 흔적만 남는다. 그 흔적을 더듬어 다시 그날을 유추해보지만 언제나 명확하지 않아 답답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의 또 다른 이유는 생산성에 있다. 글의 주제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잠시 분주한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다. 특정 주제를 떠올린 후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계속 나열해본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미지가 확장되어 가면서 점점 하나의 맥락이 형성된다.


그다음부터는 일단 아무렇게나 써 내려간다. 이때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겨우 붙잡아둔 생각들은 하나 둘 또 도망 가버린다. 이미 달아나버린 생각들은 웬만해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이든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brad-neathery-XrSzacdYbtQ-unsplash.jpg 메모장 어플을 사용할 수 있지만 때로는 볼펜과 메모지가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기록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글쓰기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붙잡아두어 언제고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을 정돈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몰입감을 올려준다. 이러한 시간은 자연스럽게 업무뿐만 아니라 하루를 생산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상당 부분 도움을 준다.



매일 쓰다 보니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사실 딴짓의 더 큰 목표는 사이드 프로젝트로의 연결에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소소하게 제안을 받을 때면 언젠가 더 큰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KakaoTalk_20210914_143537692.jpg 제안 메일은 언제나 감사하다.


어차피 요즘은 본업만큼 부업의 부가가치가 커지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나야 곧 퇴사를 앞두고 있기에 어느새 본업이 부업처럼 되어버렸지만 나와 같지 않더라도 어쩌면 부업은 이제 필수인 것 같기도 하다.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지금 당장은 딴짓 정도일지라도 나의 숨통을 틔워줄 어떤 것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를 잘 알지 못해 답답해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나 역시 그 고민만 한 세월 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딴짓이 더 필요하다. 딴짓을 해보니 결국 해보지 않고는 답을 찾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한 가지 더 보태고 싶은 것은 지속성이다. 이왕이면 딴짓이 사이드 프로젝트가 되고 사이드 잡으로 확장되어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평가는 매번 필요하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것과 매일 SNS에 감사일기를 기록하는 것을 통해 나에게 글쓰기는 지속 가능한 딴짓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로는 고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그것을 계속하고 있다. 마지막 문장을 작성하고 발행 버튼을 누를 때의 희열은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故신해철 님의 곡 '도시인'의 후렴구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 거야


삶은 언제나 혼자인 것이 디폴트 값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은 나 스스로 챙겨야 한다. 직장에서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듯 하지만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이미 한 발 앞서 걸어가고 있다.


흐릿한 두 눈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면 언제까지 거기에 머무를지는 자신이 선택할 몫이다. 월급 노동자를 늘 기계 부속품으로 비유하곤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부속품으로 남겨두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지 않은가.


만약 직장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져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는 현재 퇴사를 고민하거나 혹은 나와 같이 퇴사를 이미 결정한 사람이라면 더욱 딴짓을 권하고 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resizing.jpg 그래서, 당신의 삶에 어떤 딴짓으로 틈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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