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워크숍도 필요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통제된 나의 삶에 반향으로 언제나 맘 편히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나마 해외업무를 하면서 외국으로 출장이라도 몇 번 다녀왔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음 긴 시간 견디기 어려웠을 것 같다.
처음 퇴사를 고민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마음먹었던 것이 있는데 글쓰기로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 얼마만큼 왔을까?
그 당시의 글을 발행했을 때가 6월이었고 지금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4개월 동안 발행한 글의 수는 58개, 구독자는 어느새 120명을 넘어섰다. 그 사이 세 번 정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도 있었고 ‘마흔 살에 퇴사를 준비합니다’라는 이름으로 브런치 북도 발간해보았다.
퇴사에 대한 첫 번째 에세이와 더불어 자기 계발에 대한 기록, 그리고 일상의 관심사들에 대한 소소한 기록까지 주제도 참 다양하다.
이러한 기록들은 적어도 나 스스로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내 인생에 진심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직장생활의 괴로운 마음을 풀어내기 위한 것만이 아닌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왔다.
지난 4개월의 시간은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의 기록들이 이야기가 되었고 축적된 이야기들이 앞으로 나의 콘텐츠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
제주도는 어딘가 일상과의 단절을 경험하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지리적으로도 섬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의미가 가장 확실히 부각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주도는 퇴사와 묘하게 맞물려있는 느낌이다. 매일 당연한 듯 보냈던 하루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 떠나는 나에게 퇴사는 물리적 공백을 제공해 준다. 그 공백을 새로운 것들로 채우기 전 제주에서의 한 달은 중요한 의식이 될 듯싶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게 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능한다고 들었다. 오랜 출퇴근길에 눈을 감고도 다닐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도 한몫한다.
그런 일상에 낯선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뇌를 깨워주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제주도는 신선한 자극을 주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제주 한 달 살기 계획은 여행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퇴사 후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위한 일종의 워크숍이 될 것이다. 어떤 질문들을 가지고 떠날지 계속 고민 중이고 조사 중에 있다.
회사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한계 중에 하나가 진짜 나의 성장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였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성립되기 어려운 전제였던 것 같다. 업무에 대한 대부분의 고민은 그저 별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더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성장하고 싶은데 직장에서 보내는 나의 일상에서는 도저히 교차 지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갈증은 자기 계발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충족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시간을 가지고 깊이 있는 답을 꺼내보고 싶어졌다.
먼저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정의해보려고 한다. 이미 여러 차례 답을 해보았지만 그동안 기록한 것들을 다시 훑으면서 더 깊이 있게 고찰해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진선 님의 책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를 다시 한번 정독하며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독서 계획, 미라클 모닝 계획, 모닝 페이지 기록해보기와 같이 이미 많이 알려진 방법을 실천해 보면서 삶의 습관을 리셋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매일의 작은 실천들이 쌓이면 더 큰 성취감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아내와 아가와 함께 쌓아갈 행복한 추억들은 하루의 계획 중 언제나 가장 중심에 있다.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지 기대된다.
최근 나는 나 스스로를 ‘퇴사 작가’라고 부르고 있다. 나의 글에서 가장 현실감이 있고 진솔하며 가장 나다운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나 직장인의 삶을 이야기할 때였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공감해 주시는 분들도 그런 부분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차피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가 비슷한 듯 서로 다르듯 만약 지금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꺼내 놓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주 사적인 이야기일 테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분명 누군가는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고 또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 내가 글을 잘 쓰느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공감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렇게 이미 느슨한 연대를 이루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계속 기록해 나갈 것이다.
퇴사는 나에게 다음을 위해 잠시 멈춰서는 시간일 뿐이다. 퇴사 작가로, 또 무엇으로 퍼스널 브랜딩이 되기까지 나의 도전과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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