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준비는 잘하고 있니?

본격 퇴사 준비를 위한 다섯 가지 계획

by 알레

퇴사 소식을 들은 친구가 문득 나에게 물어보았다.

"너 퇴사한다며, 준비는 잘하고 있어?"

"퇴사 준비?,,, 퇴사 준비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뭘 해야 하는 거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믹스 커피 한 포를 뜯어 종이컵에 가루를 붓는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쪼르륵 담아 휘휘 저어 달달한 한 모금을 입안에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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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요즘 보통 3시간에서 겨우 3시간 반 정도 자는 것 같다. 육아가 고달파 그런 것도, 삶을 부지런하게 살아서도 아닌 그저 습관이 되어 버려서 그렇다. 눈알이 빠질듯한 피로를 안고 출근을 할 때면 달달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뒷목이 당기는 만성 근육통을 안고 일과를 시작하기 전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기 위해 창을 열어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감정이 더 몰입된다. 어떤 글에서는 삶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어 결국 퇴사라는 첫 번째 정거장까지 온 나의 삶에 대해 위로를 받았다. 또 다른 글에서는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이 인생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희석되지 못한 채 침전물로 남아 결국 어느 날 어느 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솟구쳐 올라 먹먹하게 만드는 것을 느꼈다.


아침부터 나를 적시는 감정들 덕분에 글을 쓰게 되었다.




다시 퇴사 준비로 돌아가 본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퇴사'만 있었지, '퇴사 준비'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워낙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나에게 이런 부분은 놓치기 쉬운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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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당장 떠오르는 구체적인 것이 없어 우선은 큰 주제만 정리해보기로 했다.



1. ‘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보자.


이미 오랜 고민의 시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방식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았다.


나에게 일이란, ‘성장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느슨한 연대를 맺어 자기만의 속도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해보았다. 중요한 것은, ‘성장 의지’, ‘느슨한 연대’, ‘자기만의 속도’, 그리고 ‘결과 도출’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충족되지 못했던 부분이 이 네 가지 요소였다. 누군가는 나에게 꿈같은 소리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이 네 가지 키워드는 지금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는 것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그러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이들의 방식을 자기화시키는 것만이 앞으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2. 인생 워크숍을 떠나보자.


최근 집중하고 있는 자기 발견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오늘 읽은 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의 결론은 ‘부딪혀본 게 별로 없어서 아직 모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퇴사 후 워크숍을 떠나보려 한다. 아내와 아가와 함께 제주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인데 책 한 권과 질문들을 들고 답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의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구상을 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3. 미라클 모닝과 확언하기


회사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 그만큼 나의 삶에는 규칙이 필요하고 동시에 내가 나를 지속적으로 세워줘야 한다. 나는 나를 고용한 고용주이면서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고용주인 내가 노동자인 나를 그 어느 때 보다 믿어주고 아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동자인 나는 고용주인 나를 위해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결국 시간 확보의 문제가 남는데 새벽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집중이 되는 시간이기에 삶의 습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 이유가 생겼다.



4. 계속 표현하기


좋아하는 일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며 살기로 했다. 좋아하는 감정은 나를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표현하고 나면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행복함이 지속되는 삶은 흥미롭게도 자기 확신과 생산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표현하다 보면 진심이 되고 진심은 행동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어줌을 깨달았다. 이런 나의 외침을 누군가가 들어주기 시작한다면 언젠가 함께 일할 기회로 연결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5. 매일 기록하기


기록의 중요함은 이미 깨달아 실천 중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오래 축적된 기록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하나 또는 몇 개의 선으로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날의 삶의 궤적은 나를 분명히 보게 해 주고 동시에 나아갈 방향의 지표가 되어준다. 그래서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좋은 기억,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들을 남기면 셀프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해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이 다섯 가지의 계획을 세워 보았다. 더 구체적인 것들은 시간을 가지며 준비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부분은 필히 답을 만들어 내야 하기에 꾸준히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삶이라는 것은 무수한 시간들과 사건들의 연결로 구성되어 있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근육통과 믹스커피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난 후의 감정들이 오늘의 기록이 되었다.


무관한 사건들처럼 보였지만 중심에 흐르는 감정의 맥락은 모두 함께 한다.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한 과정들, 그리고 퇴사에 대한 공식적 발표까지 일련의 시간들은 모두 현실의 고민과 맞닿아 같은 줄기를 흐르고 있다.


내가 고민하는 것들은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로 수렴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 행복하게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어서 매일 고민하고 기록하다 보면 기록의 어디선가 자연스레 나의 답이 발견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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