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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04. 2024

이상적인 삶은 언제쯤 현실이 될까

'내일 할 일은 10가지 정도 되는구나. 흠, 아침부터 부지런히 하면 전부 다 끝낼 수 있겠는데?' 노트에 보란 듯이 내일 할 일을 써 놓고 볼펜 뚜껑을 닫으며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방에서 나가며 불을 끌 때만 해도 살짝 기대하는 마음이었는데 하루가 지나 줄이 그어진 리스트는 10가지 중 딱 절반뿐이다. 그 절반은 굳이 할 일 목록을 적지 않아도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것들이다. 결국 계속해 오던 것만 했다.


유독 피로감이 몰리는 주말 늦은 오후. 아이는 낮잠을 자네 마네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진 뒤에야 자리에 누웠다. 옆에서 잠깐 누워있다 보니 나도 슬슬 눈이 감긴다. '아닌데, 나 잘 생각 없었는데.' 생각은 나를 일으키지만, 등판은 여전히 바닥을 딛고 있다. 순간 고민했다. '좀 잘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몸을 일으켜 방에 들어왔다. 지워지지 않은 5가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정신은 몽롱하고 몸은 잠을 원하지만, 아이가 잠든 시간이 글쓰기 골든 타임이기에 이 시간을 놓칠 수는 없다. 이런 나를 돌아보면 내 아이가 낮잠을 안 자겠다고 아득바득 우기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냥 날 닮은 거니.


'나의 하루는 언제쯤에야 좀 효율적으로 흘러가려나.' 


문득 고등학생 때 공부 잘하던 친구 한 명이 떠오른다. 중간 어디쯤에 있던 내가 늘 밤을 새울 때 그 친구는 수면 시간을 꼭 챙긴다고 했다. 실상은 모르지만. 아무튼 당사자의 말은 그랬다. 잠을 잘 자야 다음 날을 좋은 컨디션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게 당시 그 친구의 설명이었다.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야 그 녀석이 30년은 앞서 있었음을 깨닫는다. 실로 무서운 놈이었다.


아무리 잠이 보약이고 적정 수면시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들 마음이 그걸 잘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 어떻게든 깨어있으려고 하는 걸 보니. 작년 연말에 들었던 시간 관리 세미나에서도 하루의 시작을 자고 일어난 아침부터가 아닌 잠드는 시간부터로 생각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분명 동의했는데. 마음은 여전히 강한 의지로 깨어있기를 주장하니 그저 괴롭기만 하다.


이럴 땐 차라리 직장인인 게 낫겠다 싶다. 직장인에게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건 아주 강력하고 확연한 강제성 효과가 있다. 그 덕에 단 30분이라도 바짝 몰입할 수 있었다. 퇴근 후에도 하루에 대한 보상 심리든 아니면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한 의지든 이유가 무엇이든 남은 시간을 보다 밀도 있게 보낼 수 있다. 지금은 너무 편해져서 그런 건가. 몸도 마음도 한 발짝 더 내딛기가 뭐 이리 힘이 많이 드는 건지.


퇴사 후 전업 육아 아빠로 살면서 배운 게 있다. '열심히 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사이에서 늘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열심히 사는 건' 하루를 해야 할 일들과 활동들로 가득 채워 밀도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잘 사는 것'에서 '잘'은 Rich의 의미가 아니라 Well의 의미를 갖는다. 즉, 몸과 정신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 


지금의 난 애매한 가운데 있다. 애매하단 건 '열심히'와 '잘'의 조화가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가장 이상적인 건 잘 사는 것을 바탕으로 열심히 사는 삶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승률은 낮지만, 삶은 계속 되기에 오늘도 난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 동안 이상적인 삶을 꿈꿔 본다. 


그나저나, 정말 몸과 마음이 합일하여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려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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