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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05. 2024

불안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당신에게

요즘 세상은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출발 신호가 울렸을 때만 해도 몰랐다. 난 어떤 속도로 달리는 사람인지. 지고 싶지 않아서 속도를 냈다가 주저앉았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 또 속도를 냈다가 금방 탈진했다. 


어떻게 해야 더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을까에만 매달려 보낸 시간이 3년이다. 선두그룹과는 진작 격차가 확연해졌고 중위권 그룹에서라도 멀어지지 않으려고 저들의 뜀박질을 따라 했다. 그러나 어딘가 불편했다. 정작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제야 내가 편안하게 뛸 수 있는 자세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호흡의 간격과 아주 약간 힘이 달리는 정도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야 난 나만의 레이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겐 늘 닮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사람. 오늘도 그런 친구를 만났다. 나에겐 콘텐츠 스승이기도 하고 또 조언자이기도 하다.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내가 그 친구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가까우면서 또 진심으로 위해주는 친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급함으로 불안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 볼까 한다.


1. 누구나 헛발질의 시간을 보낸다.


콘텐츠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나의 콘텐츠가 소비되기 위해선 보다 자극적이거나 아니면 남다른 가치를 가져야만 한다. 대개 자극적인 쪽이 더 빠르고 확연하다. 그러다 보니 뭐든 참 쉽게 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돈도 쉽게 벌고, 성공도 쉽게 하고, 파이어족도 쉽게 되고, 퍼스널 브랜딩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처럼. 근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 보면 깨닫는 게 있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


무엇이 되었든 어떤 자리에 선 사람들은 저마다 헛발질하는 시간을 보냈기 마련이다. 자기가 가진 것이 뭔지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광풍을 만나 좌초되는 경험의 시간. 그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가 가진 걸 알게 된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지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지나 보니 그 시간만큼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순간은 없다. 그리고 그만큼 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금 헤매고 있다면 조금 더 견뎌보자. 언젠가 '아~' 할 때가 올 테니.


2. 흔들려 봐야 중심 잡기가 가능해진다.


지난 3년간 정말 많이 흔들렸다. 오르내리는 감정을 견디느라 애먹었다. 마치 펀치가 날아와 가드를 올리긴 했는데 어디서 펀치가 날아오는지 모른 체 연신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계속 맞다 보니 맷집이 생겼다. 지금도 펀치는 날아오지만, 이제는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다. 세상의 속도에서 정신 못 차리는 시간을 지나 봐야 비로소 중심 잡기가 가능해진다.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3.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다.


정신없이 흔들리다가 처음 중심을 잡았던 때가 있다. 그때가 비로소 성장을 위한 공부가 시작되는 때다. 필요한 책을 찾게 되고 누군가의 조언을 통해 갈피를 잡아간다. 솔직히 이전에도 동일한 과정은 계속되어 왔다. 꾸준히 책을 읽었고 사람들을 만났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나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느냐의 차이다. 


최근 보았던 윤소정 대표님의 유튜브가 떠오른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우문현답 같은 느낌이었다. 대표님의 답변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게 먼저다. 그러면 자연스레 필요한 답을 찾아가게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요즘 내가 느끼고 깨닫는 것들은 이미 3년 전에, 2년 전에도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때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머리로만 이해했을 뿐이었다. 지금에야 그것이 깨달아지는 건 이리저리 휘둘렸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적막하고 외롭다. 자신의 쓸모를 숱하게 되묻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빛을 쫓아가기도 한다. 아니, 정확히는 달려드는 거다. 불나방처럼.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빛은 나의 어둠을 밝힐 빛이 아님을 알게 되며 결국 나의 어둠을 밝힐 빛은 내 안에서 밝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가 진짜 내 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3년이 걸렸다. 근데 오늘 만난 친구는 앞으로 또 새로운 장애물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그때 또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꼭 거기까지 가보고 싶어졌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니.


그동안 난 조급함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근데 그 마음이 나를 더 조급하게했다. 이제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다. 충분히 불안해하고 조급함 가운데 나의 모습을 잘 지켜보라고. 삶의 성장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결국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필요 이상의 힘은 빠지고, 코어는 단단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의 나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어제까지의 나와 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확 끌어주진 못해도 적어도 당신의 오늘이 틀린 건 아니라고 이야기해 줄 수는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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