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by 알레

3년간 거의 쉬지 않고 어떤 모임에든 참여했다. 대부분 강제성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일 인증하는 시스템을 갖춘 모임이었다. 그 덕에 매일 해야만 하는 일들이 적어도 2-3 가지는 채워져 있었다. 장점이라 하면 인증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기를 쓰고 해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때론 '성장'이라는 본질보다는 '인증 완료'가 더 앞설 때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하루가 늘 뭔가로 채워져 있었기에 퇴사 후에도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근래에 들어 하나 둘 정리 중이다. 오래 참여했던 모임도 정리했고, 몇 달간 지속했던 독서 모임도 연장하지 않았다. 요즘 나는 내 하루에 의도된 틈을 만들어 내는 중이다. 굳이 셀프 고립을 만드는 이유는 밸런스를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성장의 축이 가장 강력했지만, 퇴사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소속감으로부터의 단절에서 오는 불안감의 축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익숙한 선택을 반복하는 나를 보았다. 따라서 흐름을 잠시 끊어내고 성장의 축을 다시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하루에 틈이 생기니 자꾸 쉽고 편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늦게 일어난다거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한 편 볼 거 두 편을 본다던가. 게다가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겹치니 이래저래 자발적 타협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점점 내면의 경각심이 일어나는 중이다. 그래도 지나온 삶의 가닥이 있는지라 자체 경계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2월에 꼭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프로젝트가 있다. 하나는 출간을 위한 기획서를 작성해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챌린지 프로그램을 모집해 보는 것이다.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강력한 의지로 미리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을 구입했지만 제대로 진도를 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본디 편안함이 순리라면 순리를 역행하는 불편함을 선택하는 게 쉬운 건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책 <아주 작은 습관의 법칙>에서 본 대로 어떻게 하면 목표를 쉽고 매력적이며 확연하게 할 수 있을까. 당장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지켜내려면 일찍 잠들어야 하는데, 밤에 드라마 한 편 보는 즐거움을 내려놓기란 참 쉬운 게 아니니. 어찌해야 할까. 그저 고민만 쌓인다.


당장의 목표는 아침 3시간 확보다. 적어도 3시간을 독서에 몰입한다면 매일 100페이지는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럼 계획한 분량의 독서를 채울 수 있을 것 같고. 개인 프로젝트 진행도 진척이 있을 것 같은데...


역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하는 건가? 아침 루틴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과 5만 원씩 내고 4주간 챌린지라도 해야 하나? 굳이 삶을 재정비하겠다고 모임을 줄였는데 또 모임을 열 생각을 하는 것도 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밤의 즐거움을 내려놓지 못하니 아침이 참 어렵다. 이럴 때면 차라리 직장인일 때가 낫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강력한 환경설정이니.


하루를 재정비하는 것이 오히려 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비춰주는 듯하다. 덕분에 고민만 길어지는 듯 하니 그럼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설 지나서 다시 생각해 보는 걸로 해야겠다. 아주 적절한 판단인 것 같다. 이런 행동을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한다지? 돔.황.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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