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머릿속에는 언제나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동경하는 모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 단어를 강조하다시피 했기에 회사밖의 나의 삶에도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인생 과제로 삼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나'라는 브랜드는 얼마나 브랜딩 되었을까? 글쎄. 인지도 측면에서나 영향력 측면에서 모두 약하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 동안 난 대체 뭘 한 걸까?'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 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쫓아가다 보니 오히려 쫓기게 되었다.
3년간의 퍼스널 브랜딩 성적표에 제목을 붙여 보자면 이렇게 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줄곧 누군가를 쫓아가기에 바빴다. 퍼스널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평범함.' 이제야 이 단어가 얼마나 나를 착각하게 만들었는지 깨달았다.
나와 같은 80년대생이라면 아마 대부분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기보단 지극히 평범한 존재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그 시절 우리가 받았던 교육은 그랬으니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배웠으니까. 개인보다 전체가 우선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니, 나와 비슷한 세대의 누군가가 자신의 성과를 토대로 삶을 이야기하면서 '평범함'을 일컬으면 쉽게 동조될 수밖에 없었다. '오! 나야말로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인데!?' 순간 솔깃해진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평범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안도해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들 모두 출발선에선 평범했음은 맞다. 그러나 그들의 대부분은 평범함을 벗어버리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기에 오늘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는 점을 나는, 아니, 나만 잊어버리고 있었다.
3년 전 상황: 와우, 저 사람도 평범, 나도 평범. 위 아더 월드~ 좋다!
3년 후 상황: 하아, 저 사람은 평범했고, 나는 아직도 평범하고. 노 모어 위 아더 월드...
평범하다는 말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브랜딩은 묵은지처럼 오래 묵을수록 맛을 더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매번 갓 담근 김치처럼 아삭하다면 아마 매번 자신을 새로 담그고 있었던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여물어간 사람들은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방향이 만들어져 있었다.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 그들만의 뚜렷한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소리다. 그런 것 하나 없이 쫓아가려고만 했으니, 오히려 애써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간에 쫓기는 신세가 돼버리고 말았다. 이 단순한 진리를 3년을 헤매고서야 깨달았다. 어쩌면 나도 참 안일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퍼스널 브랜딩은 무르익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패착이 있다면 퍼스널 브랜딩을 자꾸 숫자로 이해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숫자의 장점이고 강점은 명료하다데 있다. 명료하니 비교 우위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보인다. SNS에서 숫자는 곧 영향력으로 치환된다. 그러니 숫자에 매 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퍼스널 브랜딩을 숫자로 이해하고 있다면 당신도 어서 그 망상에서 벗어나라고 강권하고 싶다.
적은 콘텐츠로 압도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앞에 늘 혹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줏대가 없는 사람이었는지 싶다. 그만큼 빠른 성과에 목말랐다. 그런데 소수지만 인플루언서들과 연이 닿으며 깨닫게 된 건 내가 도달하고 싶은 그 숫자에 도달해도 삶이 그다지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달라지는 이들도 있지만 그 숫자를 보유한 모두에게 그런 삶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난 뒤에야 숫자에 집착했던 나의 과오를 깨달았다.
뭐, 솔직히 내가 브랜딩 전문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보고 들은 걸로 정리해 보자면 결국 퍼스널 브랜딩은 그 사람의 삶이 유형의 콘텐츠에 고스란히, 매력적으로 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매력적이라는 말은 나를 바라보는 제삼자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건 스타벅스만이 선점한 편안함이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을 좋아하는 건 애플만이 보여주는 자기다움이 좋았고 감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만의 매력이 드러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내가 단거리 선수인지 장거리 선수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입만 열면 사람들이 빵 터지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조용한 게 매력인 사람도 있는 법이다. 서로 상대의 매력 포인트를 쫓아간다면 둘은 결국 어딘가 헛헛한 상태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아, 물론 반전 매력이라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반전 매력은 말 그대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툭 튀어나올 때 매력적인 것이니까 우기지 말자.
퍼스널 브랜딩 이제 착각하지 말자.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지만 나처럼 매번 헤매고 있고 헛발질만 일삼고 있다면 내가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 가장 먼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에서 '퍼스널'에 대한 분석을 대충 하면 대충 할수록 헛발질의 시간이 장기화될 것임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자신을 알기 위해선 역시 글쓰기만 한 게 또 어디 있겠나. 듣는 사람은 지겨울지 몰라도 말하는 나는 전혀 지겹지 않아 계속 내뱉는다. 글쓰기를 시작하시라고.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 글쓰기를 이야기해 보자면 가장 좋은 질문 한 가지가 있다.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뭐라고 얘기하고 싶을까?"
'당장 내일일도 모르는데 무슨 10년 후?'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다. 그런데 3년 전 운 좋게 기록해 두었던 10년의 미래 커리어 연표를 가끔 꺼내 본다. 현재의 삶이 그때 기록해 둔 속도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방향은 유지되고 있음이 놀라웠다. 이래서 목표를 적으면 이뤄진다라고 말하는구나 싶다.
앞으로 10년 동안 내가 어떻게 무르익어 가길 바라는지 쓰고 고치고 또 쓰기를 반복해 보자. 처음엔 무슨 말을 써야 할지도 막막할 거고 마치 산발적으로 점을 찍어대는 기분일 테지만 업데이트를 지속하다 보면 점점 내 마음이 어디로 기우는지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럼 그곳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라는 사람이 브랜딩 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이 이야기를 3년 전에도 모르고 있던 게 아니었는데. 힘을 빼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만약 당신이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면, 호기심이 많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잘 모르는, 그러면서도 의욕은 있어서 뭐든 참 꾸준히 하긴 하는데 딱히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 듯한, 그런 부류라면 부디 오늘 나의 기록을 '어이구, 그러니까 잘 좀 하지'라는 핀잔이나 혹은 '애썼네'라는 격려의 말로 흘려보내지 않길 바라본다.
*오늘의 글은 '수풀림' 작가님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해 본 글입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어 보려면 아래 링크 클릭!
https://brunch.co.kr/@rim38/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