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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12. 2024

그저 그런 하루라도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니까

계절이 바뀌어 절기상 이미 봄이 왔다.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겨울의 매서움은 사라진듯하다. 찬 바람 뒤편에서 포근함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근처 공원에 산책을 다녀왔다. 연휴의 끝자락 몸이 늘어지니 마음도 처진다. 마음이 처지니 다시 몸이 가라앉는다. 집에만 있으면 아이도 내내 TV만 보고 있을 것 같아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나가자고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었는데 왜 집을 나설 땐 뉘엿뉘엿 기울고 있는 시간이 돼버린 건지.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에 '양가감정'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지나온 나의 삶에는 줄곧 양가감정이 깔려있었다. 내 인생에 대해서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한없이 느긋해지고 싶은 마음이 그러하며 나 자신에게는 한 없이 다정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냉정해지고 싶은 마음이 그러하다. 


당장 내 삶의 해답을 내어놓지 못하다 보니 두 가지 마음은 늘 서로 치고박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랬다. 지난 1년 동안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음에도 자꾸 변한 게 없다는 마음이 밀려들었다. 1년 전 봄에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마치 데자뷔처럼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와 같은 공원을 걸으며.


'해야지, 해보자, 하면 된다' 행동을 촉구하는 주문 같은 되뇜을 거듭하지만 등 뒤에서 엄청난 인력이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어떤 사람들처럼 생각과 동시에 행동하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느라 애쓰는 성격이면 차라리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들은 또 그들만의 고충이 있겠지만.


매번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자라 불안이 된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해결책은 단 하나다. 당장 행동하기. 답을 알면서도 그게 참 쉽지 않다. 심지어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행동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조차도 알고 있는데. 역시 내 등 뒤에는 계속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음이 틀림없다. 


가끔은 나조차 헷갈린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일까? 아니면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일까?' 어떨 때는 진짜 주기적으로 등 떠밀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 등 떠밀어주는 모임, 일명 서등모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나.


삶이 답답할 땐 온갖 부정적인 마음으로의 쏠림이 자연스럽다. 그럴 땐 생각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지금 내가 이러한 모습으로 이러한 공간에 이러한 생각을 하며 존재하는 이유는 그러할만하기에 그러는 것일 거라고. 그리고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건 결국 그래야만 하는 현재의 삶을 통해 결국 닿게 될 인생의 목적지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아무리 드넓은 바다여도 어떤 파도는 모래사장까지 이르러 해안가를 금빛으로 수놓는가 하면 또 다른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거세게 부서진다. 그렇다고 또 매번 같은 파도가 같은 자리로만 향하지 않는 것처럼, 인생도 언제나 금빛 모래를 만들어 내지만은 않으며 또 매번 부서지리라는 법은 또 없기에 그저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이 다 필요해서 존재하는 거라 믿으며 오늘도 깊은숨을 들이마셔본다.


이미 알고 있는 답을 실행해 보아야겠다. 지금 바로. 이 글을 마치자마자. 하나씩 작은 행동을 옮기다 보면 뭔가 길을 찾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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