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세이는 쓸 때마다 참 오랜만이란 기분이 든다. 매일 글을 쓰지만, 육아 이야기는 글에 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38개월, 만 3세 아이의 매력은 엉뚱미 넘치는 말과 행동인데 어떻게 글로 표현을 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두 돌 전까지만 해도 할 줄 아는 말이 많지 않아 기억했다가 적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뭐 하루 종일 떠들어대니 기억에 다 담을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비록 육아 일상의 소소한 기록이지만 아이의 성장과정을 한 자락이라도 기억할 수 있게 다시 남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는 낮잠을 거의 안 잔다. 지독하게도 안 잔다. 심지어 어린이집에서도 안 잔다. 평일에 어린이집에서 잠을 안 자는 이유는 다분히 늦게 일어나서다. 점심시간 즈음 등원을 하니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러나, 주말엔 대체 왜 안 자는 건지.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꿋꿋이 버틴다. 어떻게든 재워 보겠다고 아내와 함께 누워보았는데, 결국 아이가 이긴다.
그나마 낮잠을 자는 날에도 문제가 있다. 굳세게 버티기 신공을 펼치다가도 결국 잠을 잘 때가 있는데 이럴 땐 잠드는 시간이 오후 5시-6시 무렵. 해질 무렵에 잠이 드니 잠든 사이 온 집은 캄캄해져 숙면을 취한다. 예상했겠지만 그런 날엔 밤 잠 시간이 기약 없이 늦어진다. 어떤 날엔 새벽 1시에 잠들 때도 있으니. 오늘도 결국 자정에 이르러 불을 껐다.
비록 낮잠이 늦잠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이랑 셋이 누워 낮잠에 드는 시간이 좋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누워 자는 아이의 모습에서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이 좋고, 주말 늦은 오후, 저물어가는 하루와 함께 스르르 잠드는 평온함도 좋다.
아이의 낮잠 습관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면 꼭 돌아오는 답이 있다. "아빠를 닮아서 그렇지."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나야말로 지독하게 안 자려고 기를 쓰는 사람이니까. 특히 낮잠을 자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견딜 수 없이 피곤할 땐 그냥 앉아서 졸지언정 낮잠을 자진 않았다. 몇 번 시도해 본 낮잠의 경험이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로 가위에 눌리듯, 불편한 기운을 느끼며 잠에서 깨거나 아님 지나치게 푹 잠들었거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이가 벌써 이런 나와 같은 이유로 낮잠을 거부할리는 없지 않을까. 그저 놀거리가 많아서, 에너지가 넘쳐서 거부하는 것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어쩐지 내 탓 같아 보이는 책임을 조금 덜어본다.
육아를 하면서 나를 참 많이 돌아본다. 아이에게 건강한 생활습관이 깃들길 바라면서 정작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나를 떠올린다. 엄마 아빠가 늦게 자는 집은 아이도 늦게 자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부모가 군것질을 좋아하면 아이도 간식거리를 많이 찾는 게 당연한 이치다. 결국 늦은 낮잠이 늦은 밤잠으로 이어지는 건 내 탓이 맞다. 쓰고 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가장 좋은 육아는 부모가 삶으로 보이는 육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역시 쉬운 게 아니다. 지금으로선 이렇게나마 돌아보는 게 전부이지만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보는 건, 나를 돌아보다 보면 언젠가 내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근데 또 모르겠다. 훗날 아이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할 때 어쩌면, 놀 거 다 놀고 자게 해준 엄마 아빠라고 아름답게 기억하게 될지도. 뭐가 되었든, 그저 셋이 보내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