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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r 15. 2024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움직여야 할 때

부러움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부러움'이라는 단어는 나의 삶의 전반에 짙게 깔려 있는 감정이었다. 기 빨린다는 말처럼 부러움은 블랙홀처럼 나의 에너지를 빨아들였고 내 마음은 안개가 자욱했었다. 


정확히 어떤 계기로 벗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인정이었다. 부러움을 유발하는 대상과의 간극을 인정했고, 나의 욕구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 인정해 줬다. 그랬더니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블랙홀이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또 그 시커먼 소용돌이가 생겨나는 조짐을 느꼈다. 앞서 호되게 겪어본 덕에 이제는 거부하기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고 귀 기울여 줄 준비가 되어있다. 부러움은 마음이 나에게 '이제 움직일 때야'라고 말하는 욕구의 시그널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하나라도 더 알아차리기 위해 오히려 바짝 긴장한다. 새로운 부러움이 올라오는 걸 보니 어쩌면 지금 난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지나는 중인가 보다.


사람이 다 그런가 싶은데, 나는 늘 나 자신을 어딘가 감춰두고 살아가는 사람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는 사람에겐 무던해 보이고 대체로 큰 고민이 없는 듯 산다. 그러나 속을 파고들면 소용돌이와 무중력 상태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공간을 만날 때면 그야말로 난감하다. 


글쓰기는 이런 난감함이 쏘아 올린 공이다. 사실 무던하지 않고 고민 한가득 품고 사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춰내는 시간. 지난 3년간 정말 열심히 썼다. 부지런히 썼고 부단히 썼다. 쌓인 시간 덕분에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은 걸어왔다. 이 정도도 대단하다 말해주는 고마운 분들도 계시지만 최근 들어 확장되고 싶다는 새로운 욕구가 발현되기 시작했고 역시나 뒤이어 부러움이 온 것이다.


나는 어떤 글쓰기를 하고 싶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마침 바로 어제 몹쓸 글쓰기 모임의 엔딩 쪽지에 적어둔 솔직한 마음이 있어 가져와 본다. 


요즘 저의 시간을 돌아보면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쓰기 위해 다르게 볼 줄 아는 사람이길 바라고, 깊이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요. 동시에 쓸 거리가 많아 내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슴속에서 아우성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누군가의 글을 보며 마음이 풍성해질 수 있는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만약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오로라 같은 글을 써보고 싶어요. 굳이 말이 필요 없는 경이로움과 마음 가득 차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그런 글.


때론 고민하고 정제하여 적어 내려 간 글 보다 즉흥적으로 써 내려간 글에 더 솔직한 마음이 담길 때가 있다. 모임의 엔딩 때마다 쓰는 쪽지는 언제나 마감 시간에 떠오르는 대로 내뱉는 말이다. 그래서 돌아서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만은 잘 붙잡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내가 바라보는 곳이 어디인지 어제의 내 마음이 꺼내어 놓은 말들이니까.


흔히 부러우면 지는 거라 한다. 근데 부러움은 지는 게 아니라 지금이 움직여야 할 때라는 강력한 마음의 신호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지금 내가 뭘 해야 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나를 가장 꾸물거리게 만드는 그것. 이제부터 그것들을 해치우러 가야겠다. 


부러워서 더는 이대로 못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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