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78일째. 주말도 거르지 않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꼬박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벌써 3년. 직장생활도 3년 차를 넘기면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데 어째서 글쓰기는 여전히 쓰기 전까지 딴짓 일색인 건지. 하기사, 돌아보면 직장생활도 딴 진 일색일 때가 많았지. 연차가 쌓일수록 더 요령껏.
창작의 샘이란 게 존재한다면 오늘 난 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기분이다. 봄날의 햇살이 보드라워서 그런 건가. 아니면 손톱이 길어 자꾸 신경이 쓰이는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거실 한쪽에 꺼내놓은 체 아직 개지 않은 빨래 더미 때문인가. 유난히 생각이 모이지 않는다.
이런 기분을 느낀 건 꽤 됐다. 그래서 요즘 뭐라도 계속 집어넣는 중이다. 책은 기본 3권을 돌려가며 읽고, 드라마, 유튜브, 수다 등 뭐가 되었든 집어넣을 수 있는 건 꼬깃꼬깃 머릿속에 채워 본다. 혹 뭐라도 얻어걸릴까 하는 심정으로. 그렇지만 여전히 퍼즐 조각들이 둥둥 떠 다니는 기분이다. 대체 이 조각들이 다 같은 판에 끼워 넣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는 체.
휘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스마트폰을 두고 들어간 화장실에서 떠오른 문장이 물살을 타고 떠내려가 버리듯 집중력도 자꾸 휘발된다. 아무래도 월요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월요일은 원래 한 주를 보내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날이니까.
오늘에야 완독 한 <평소의 발견>에는 "평소를 흘려보내지 않으면, 평소를 만끽하다 보면, 평소는 슬그머니 우리에게 반짝거리는 기쁨들을 선물한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그 반짝 거리는 '평소'를 발견하는 게 왜 이리 사금을 캐는 기분인지.
이럴 때면 괜스레 하루를 돌아본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의 흐름을 되짚어 본다. 마치 목이 뻐근하고 아플 때 몸의 자세가 틀어진 건 아닌지 점검해 보듯.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결국 원인을 찾게 된다. 아니 솔직히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이미 흘러버린 시간에 대한 미련과 안일한 선택을 반복하는 나의 게으름에 의미 없는 거센 반발을 하고 있을 뿐.
오늘도 참 꾸역꾸역 썼다. 그래도 쓰긴 썼다.
유난히 글쓰기 월요팅이 필요한 하루다. 아니 앞으로 매일 파이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화창한 봄날에 들썩 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차분히 글 속에 담아낼 수 있을지 긴장되는 시절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