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다들 뭐 하면서 보낼까?'
매 주말마다 드는 생각이다. 육아중은 다른 집은 주말이라는 마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키즈카페나 쇼핑놀 놀이 공간은 형 누나들이 가득해 39개월 아이는 설 자리가 없다. 그나마 토요일마다 문화 센터라도 다녀서 다행이다. 일단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적어도 40분은 보낼 수 있으니.
어린이집 또래 친구들에 비해 활동성이 좀 떨어지는 듯 보여 다양한 놀이와 장애물 넘기를 접목한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워낙 인기 프로그램이라 대기 상태로 꽤 오래 있었는데. 마침 자리가 났다길래 무조건 시작했다. 토요일 1시 50분. 아무리 낮잠을 잘 안 자는 아이지만 몽롱함을 피할 수는 없는 시간이다.
첫날엔 앞에 몸풀기 시간까지만 신나게 놀고 그다음부턴 계속 드러눕기를 반복했다. 몇 번 가면서 적응이 좀 됐는지 처음 보단 활기차 보였다. 하긴, 집에서도 유튜브로 같은 프로그램 율동 영상을 틀어놓기 고래고래 노래 부르며 무한 반복 율동을 따라 했으니. 덕분에 나도 다 외웠다. 아이랑 함께 꾸준히 연습하니 거짓말 조금 보태, 이 정도면 선생님 해도 될 정도다. 아무튼.
몇 주가 지나니 이젠 아이도 선생님이 편해진 듯하다. 인사도 잘하고, 선생님이랑 하이파이브도 잘한다. 집에서 매일 유튜브를 본 덕에 익숙한 음악이 나오면 몸이 자동으로 반응한다. 마치 공연장에서 떼창을 하듯 문화 센터에선 처음 몸풀기 음악이 나오면 모든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다. 이 파릇파릇한 생명력!
여기까진 좋은데, '모두가 자리에 앉아서 설명을 듣는 시간에 왜 넌 선생님에게 달려가 다리에 매달리는 거니?' '너 이렇게 적극적인 아니었니?' 천진난만한 모습에 순간 민망하다. 얼른 숨을 한껏 들이 마시고 난 뒤 가는 목소리로 힘차게 손짓하며 '아들! 이리 와~!'를 외치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더 흥분한다. '하아.'
본격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실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시쳇말로 아사리판이다. 큰애들부터 제일 앞에 서기 위해 달려 나간다. 장애물 통과 구간에선 더 심하다. 아이들은 앞에 친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치 운동신경을 뽐내려는 듯 그냥 들이댄다. 그나마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움직여서 어느 정도 통제가 될 뿐이다. '오호라, 통재라!' '아, 이건 다른 통재지.'
상대적으로 소심한 내 아이는 자꾸 이리저리 치인다. '아니 왜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는 건데?' 이럴 땐 나도 좀 예민해진다. '자기 아이는 좀 챙겨야 하는 거 아냐?' 그냥 보고만 있는 어른들이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그분들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 바라는 마음이면서 또 한 편으론 통제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것이기에. 그냥 내가 최대한 아이와 함께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은 비눗방울 타임이다. 다시 한번 아이들이 모두 흥분하는 시간이다. 시선은 전원 하늘을 향한다. 한두 명 꼭 부딪힐까 말까 아슬아슬한 일이 생기긴 하는데 다행히 서로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닌다. 무슨 충돌 방지 센서라도 달고 다니는가 싶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도장을 받는 시간. 아이들이 모두 선생님 앞에 일렬로 앉는다. 이 시간에도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민첩하지 못했던 내 아이는 모두 줄을 선 뒤에야 나갔다. 그리고 떡하니 맨 앞에 앉는 게 아닌가. '아뿔싸.' 순간 모든 부모의 시선이 아이를 거쳐 나에게로 향하는 기분이었다. 얼른 달려 나가 아이를 일으켜 제일 뒤로 갔는데, 아이는 갑자기 맨 뒤로 간 게 서운했나 보다. 앞에 앉은 아이에게 괜한 심통을 부린다. 설마 설마 지켜보다 또 얼른 뛰어 나가 아이의 행동을 제지했더니, 아이는 속상했는지 그때부터 울먹 거렸다.
차분히 설명을 해줬지만 못내 풀리지 않는지 도장을 안 받고 그냥 가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나서서 어르고 달래 보지만 결국 밖에서 기다리던 엄마를 만나고 나서야 풀렸다.
벌써 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지금은 꽤나 적응을 해서 그런지 줄을 서야 할 때면 반 발 앞서 튀어 나간다. 장족의 발전이다. 아이는 아이데로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중이다. 형 누나들 틈에 치이지 않기 위한 방법을 습득하고, 질서를 배우고, 양보를 배운다.
생각해 보면 내 아이나 좀 큰 아이들이나 모두 아이들이긴 매한가진데. 단지 형, 누나라고 그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던 나를 돌아본다. 그냥 이 시간을 통해 생존력을 기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좀 더 크면 반대로 내 아이가 저보다 더 개월수가 늦은 아이들을 치고 갈지도 모르니 방심하지 말고 항상 잘 지켜봐야겠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이와 함께 아빠도 문화센터에 적응 중이다.
어쩐지, 사회생활 다시 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