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비행기 타는 거야?”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부터 아이는 계속 물어본다. 비행기 타는 게 저도 좋은가보다. 여행 당일. 활주로에 서있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신기해할 줄 알았는데 아빠의 순진한 착각이었다. 지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 여기 전에 와봤지? “라는 한 마디와 함께 아이의 시선은 활주로에서 장난감 매대로 옮겨진다.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랜만이다.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 셋이서 공항에 온 게 딱 1년 전이었다. 24개월 미만 무료 탑승이 가능할 때 한 번이라도 더 가기 위해 부랴부랴 다녀왔던 뒤로 처음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땐 여름휴가로 줄곧 해외를 갔던 터라 국내선을 탑승할 일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모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둘에서 셋이 되고, 벌이도 예전 같지 않다. 마음이야 해외를 가고 싶지만 제주라도 어디냐 싶다.
국내선 체크인을 마치고 게이트를 건너 들어오면 바로 카페와 약간의 먹거리를 판매하는 매장이 있다. 하필 그 넓은 공간에 그 이름도 유명한 '캐치티니핑' 팝업 스토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게 설계된 곳이다. 아내와 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는데 바로 아래쪽에서 '우와~!'라는 외마디 탄성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팝업스토어 안쪽에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본다. 그 사이 커피 수혈이 필요한 나는 활주로가 보이는 자리에 위치한 카페의 빈자리를 찾았다. 휴가철도 주말도 아니라 그런지 공항은 나름 한산했다. 덕분에 자리 잡긴 어렵지 않았다.
자리를 확보한 뒤 아직 장난감을 구경하고 있는 아이와 아내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어서 나와~'라는 눈 신호를 계속 보냈다.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아이가 엄마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살 마음이 없었나 보다.
탑승 시간 전까지 셋이 카페에 앉아 커피와 주스를 마시며 30분가량 앉아있었다.
아이의 인내심이 더 이상 카페 타임을 허용하지 않는 듯하여 게이트 쪽으로 이동했다. 마침 게이트 주변에 영유아 아동들이 앉아 있을 수 있는 나름 귀여운 동물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곳이 있었다. 아이도 마음에 드는지 공룡의자에 한 번, 기린 의자에 한 번 앉아보더니 한쪽에 놓여있는 책을 집어 들고 아빠에게 책을 보자고 했다. 이게 뭐라고 기특하고 뿌듯하다.
제주 날씨가 강풍이 부는 상황이라 탑승 시간이 약간 지연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얼른 아이 기저귀를 갈고 왔다. 탑승 시작. 한때 해외 출장 좀 다닌 덕에 항공사 등급을 받아 탑승에 우대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별다른 등급이 없다. 그러나 유아동반 우대를 받을 수 있어서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건 좋았다.
생각해 보니 미리 좌석을 지정해놨어야 했는데 아내와 각자의 마일리지로 예약을 한 탓에 셋이 나란히 앉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나와 아이가 함께 앉고 아내만 따로 떨어져 앉았다.
모든 승객들이 탑승하고 승무원의 안전 교육과 사전 점검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는 점점 몸을 베베 꼬기 시작한다. 분명 '설레는 여행 모드'였는데 '진상 스위치'가 켜진 것 같다. 어떻게든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아이에게 랩을 하듯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점점 극에 달할 무렵 비행기가 이륙했다. 귀가 멍해지고, 아이는 불편함을 느꼈는지 바로 내 다를 베고 눕더니 곯아떨어졌다.
휴우, 다행이다. 이제부터 잠시 책이라도 봐야겠다.
신난다. 제주 여행이라니.
'우리 재밌게 놀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