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때가 되면 알아서 큰다

by 알레

아이가 어른과 다른 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절제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미운 4살이 왜 미운 4살이겠나. 겪어보니 강력한 자아가 형성되고 세상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시기다 딱 그 나이다. 그리고 내 아이가 그 시기를 지나고 있다.


부모가 되니 마음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다. 아이가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려 '애어른'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마냥 애처럼 행동할 때는 '형아답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똑 딱 똑 딱' 쉬지 않고 같은 자리를 진자운동하는 시계추처럼 내 마음도 이리저리 움직인다.


육아 선배들이나 주위 어른들이 자주 해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알아서 큰다.'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라는 뜻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나는 40대가 되어 비로소 나의 속도를 찾아가고 있듯 내 아이도 그럴 거라 믿는다. 성장을 위해선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각자의 속도대로 잘 나아가고 있음을 믿어주는 게 최선이다.


요즘 아이의 행동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볼 때 이전 같으면 계속 보겠다고 떼쓰는걸 억지로 중단시켰는데 최근 들어 자기가 약속한 만큼을 보고 나면 스스로 끈다. 아, 물론 약속보다 2~3개 초과하긴 하지만.


아이에게 '약속'에 대한 개념이 서서히 자리 잡혀 가는 듯싶다. 오늘도 저녁을 먹으면서 보기 시작한 영상을 5+3개까지 본 뒤에 자기가 TV를 껐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빠, 이만큼 다 봐서 이제 껐어." (엄지 척! 그리고 하이파이브 '짝!')

저 스스로도 뿌듯했나 보다. 녀석을 알려나. 사실 엄마 아빠가 더 뿌듯해했다는 걸. 감격했다는 걸.


자녀는 부모의 칭찬과 사랑을 먹으며 큰다. 무엇을 하든 그 결과가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가 넘어져도 실수해도 과하게 놀라거나 반응하려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쓴다. 반면 어른의 눈엔 유치한 것이어도 그걸 했다는 것만으로 박수를 치고 얼굴 가득 담은 미소를 띠며 긍정의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애쓴다.


봄이 깊어져가듯 아이의 마음도 자라고 있다. 여리디 여린 연둣빛 잎사귀에 녹음이 짙어지듯 아이의 마음도 무르익어 가는 중이다. 미운 4살은 아이가 제 힘을 키워가는 시기다. 자기만의 상상 속에서 이야기를 짓는 시기다. 그래서 사실은 고운 4살이다. 자기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마음의 연료를 태우는 시간.


때론 마음 같지 않아 욱 하더라도 무조건 기다려주자. 결국 때가 되면 알아서 클 테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