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by 알레

요즘 우리 가족이 매일 밤 잠드는 시간은 자정을 넘긴다. ‘자정을 넘긴다’는 말에는 두 가지 상반된 경우를 가지고 있다. 40대 ‘아빠’에겐 평소보다 매우 빠른 취침 시간이고 4세 ‘아이’에겐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늦은 시간이다. 4세 아이의 체력은 대체 한계점이 어디일까.


아이의 수면 습관은 부모를 따라간다고 한다. 내 아이가 자정이 넘을 때까지 안 자는 건 철저히 내 탓이라는 것에 대해 반박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이 이상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당기기엔 밤중에 해야 할 일이 있는 나로선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아침에 하면 되지! 그래, 아침을 좀 더 부지런히 시작해 보자!’


이 생각을 숱하게 해 봤지만 삶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된다던가. 한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식은 죽 먹기 보다도 쉬웠는데, 한때는 역시 한때일 뿐. 현재는 일단 눈이 떠지질 않는다. 설령 눈이 떠졌더라도 영 개운하질 않아 아침나절 멍하다. 결국 머리가 돌아가는 시점은 이래저래 매한가지다.


퇴사 후 생활이 자유로워진 뒤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탓에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날들도 많았다.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하루를 조정해 보려 하지만 이 또한 마음 같지 않았다. 하루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면 한 밤 중에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유야 어떻든 삶의 자기 통제력이 흐트러지는 날이 반복되었고 결국 그게 습관이 돼버렸다.


4세 아이의 회복 탄력성은 연일 상한가를 갱신 중이다. 지칠 대로 지쳐 깜빡 잠이라도 들면 금세 초기화 된다. 반대로 매일 대체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이 깊어져만 가는 40대 아빠의 저질 체력은 당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와의 체력적 간극은 기를 쓰고 좁혀가도 모자랄 판에 벌어지는 속도에 가속이 붙으니 아이가 부리는 고집도 감당할 재간이 없다.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난 모르겠다.’ 점점 포기하게 된다.


40대가 되고 크게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육아는 체력전이라고 하는데, 육아뿐만이 아니다. 인생 그 자체가 체력전이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의 강도도, 매일 감정의 부침도, 일상의 통제력도, 수면의 질과 아침의 개운함도, 두뇌 회전도, 삶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도 모두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체력이 바닥이 되니 매일 ‘하루’와의 힘겨루기는 버겁다. 두 손을 마주 잡기 밀고 버티기를 반복하다 결국 벼랑 끝까지 밀리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당장 내일부터는 하루 10분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당장 다음 주 금요일에 어린이집에서 부모초청 체육대회를 한다는 공지를 봤다. 큰일 났다. 왕년엔 그라운드를 누볐던 몸이었다고 과장된 허세를 부려 보지만 실상 5분만 뛰어도 등허리부터 무릎, 발목까지 아찔함을 느끼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러다간 쪽팔림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 먼저 10분짜리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찾아봐야겠다. 위기의 순간이 과연 기회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이 참에 운동이란 걸 다시 시작하게 될지도.


과연 40대 아빠는 4세 아이의 체력을 감당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내 인생 전대미문의 도전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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