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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06. 2024

청소와 육아의 공통점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글을 쓰는 지금 이 한 밤 중에도 여전히 비가 내리는 중이다. 이번 주 내내 날이 좋았다. 날이 좋다 못해 진한 더위를 느끼며 벌써 여름에 접어들었나 착각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에어컨을 미리 점검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별안간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달리 어떤 특별한 계기도 없이 정말 별안간 청소를 시작했다.


우선 에어컨 주변에 쌓인 먼지부터 정리했다. 우리 집엔 거실에 스탠드형 한 대, 안 방에 벽걸이 한 대의 에어컨이 있다. 거실에는 에어컨 옆으로 TV가 놓여있고 TV를 경계로 뒤편 TV장에는 겨우내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다. 거실과 안방 에어컨 주변에 먼지가 날릴만한 것들을 최대한 정리하고 닦기를 거의 한 시간은 한 것 같다. 비록 시험 가동이지만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에 시원함을 느꼈다.


원래 계획은 에어컨 주변 해묵은 먼지를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이쪽을 건드리기 시작하니 연결된 저쪽만 손을 대지 않는 게 또 영 찝찝하다. 점점 닦는 범위가 필요 외로 넓어졌다. 급기야 TV 액정도 닦았다. 이걸 왜 닦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평소 아이가 만진 손자국을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청소를 시작할 때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비일상적인 영역이다. 오늘 닦은 TV장처럼. 그리고 안 방의 5단 서랍장 윗변처럼. 안 방의 서랍장은 벽걸이 에어컨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평소 이것저것 물건들을 쌓아놓고 지내다 보니 방 안의 먼지가 잘 내려앉아 있는 곳이다. 역시나 에어컨을 틀기 전에 무조건 닦아야만 하는 영역이다. 안 그랬다간, 뭐.


서랍장 위를 닦아야겠다 시작했지만 그 위에 물건들도 그냥 둘 수는 없으니 하나하나 열심히 닦았다. 결혼 액자부터, 각종 소품들, 마땅히 둘 데가 없어 올려 둔 상자까지. 모두 다 놓여있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을 정도였다.


때아닌 먼지 닦이를 하면서 문득 떠오른 게 한 가지 있다. 섣불리 손을 대었다간 일이 커지는 게 청소이듯 아이에게도 섣불리 재미를 느끼게 해 주면 일이 커진다는 것이다. 가령 밤 11시가 넘어 재워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오늘 낮에 아이를 찍은 영상을 보여준다던가. 내 아이는 유튜브에 익숙한 만큼 단지 어떤 경우든 스마트폰을 함께 보기 시작하면 유튜브를 틀어달라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럼 또 지금은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다가 급기야 '이놈!'의 단계까지 가게 된다.


뭐가 되었든 아이의 연상 기억 속에 저장된 즐거움을 섣불리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조절하는 게 육아의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이는 곳에 과자를 잔뜩 쌓아놓고 먹지 못하게 하면 싸움만 일어난다.


청소할 때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구석을 괜히 건드리면 일이 커지듯 아이 앞에서 부부가 서로 하루의 계획을 주고받다가 괜한 말로 '키즈카페', '놀이터', '젤리' 등 아이의 도파민을 마구 솟구치게 만드는 단어를 꺼내면 감당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 청소를 할 때나 육아를 할 때 감당 못할 건 애초에 시도를 하지 않는 게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은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는데, 부디 청소와 육아에선 함부로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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