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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n 10. 2024

하기 싫은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

인생의 베스트를 떠올려 본다면 당연히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고 사는 것이겠지만 세상일이 어디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게 내버려 두던가. 심지어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 일조차도 세부 작업들 중에는 꼭 하기 싫은 일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지난 한 주는 유독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야만 하는 일(돈벌이)'을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보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아하는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싫은 일'을 감당하는 것이다. 


퇴사 후 3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돈 버는 것 빼고는 다 잘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만큼 돈벌이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의 크리에이터나 1인 사업 또는 프리랜서 형태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보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알레 님, 지금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돈 버는 행위에 집중하세요.'

'저도 영업하는 거 체질에 맞지 않아요. 근데 돈 버는 게 지금의 목표니까. 그냥 해보는 거예요.'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돈 버는 행위를 선택함에 있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마음에 목표를 세웠으면 그냥 행동한다, 셋째, 좋아하는 걸 지속하고 싶어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쓴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조언을 종종 들었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마음에 동의가 되지 않았던 건 나는 '나의 만족'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간절하지 않다'는 표현을 매우 싫어한다. 돈 버는 것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꼭 마지막에 '아직 간절하지 않아서 그래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표현이 너무 싫었다. 나는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코즈모스 컴퍼니를 시작하고 나서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며 '그때의 나는 정말 간절했을까?'라는 반문이 들었다.


'간절함' 또는 '절박함'의 순간에 머물러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순간에는 생각에 머물러 있을 여력이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뭔가를 하기 위해 움직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문득 오래전, 대학생 때의 내가 떠올랐다. 갖고 싶었던 악기 하나를 사기 위해 하루에 학교 구내식당에서 파는 2,000원도 안 되는 라면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웠던 적이 있었다. 그땐 그걸로도 충분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이어도 재미있어서 몰입해 본 경험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밤을 꼬박 새워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오히려 몰입의 상태에서 깨어나는 게 안타까울 정도니까. 


주변에 돈을 버는 사람들은 결국 현재 모든 것의 우선순위가 돈 버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어쩌면 이게 과거의 그들이 말했던 간절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저것 관심 있는 곳에 기웃거리는 나의 현재와 바람의 괴리를 그들은 느꼈기에 나에게 '간절하지 않아서 그래요'라는 결론을 내렸던 게 아닐까.


또 다른 건, 그들은 '자기만족'보다 '현실'을 더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놓고 싶고, 자기 이야기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욕구가 있다. 어찌 보면 예술가로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겠다. 그러나 현실은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이어야 한다. 온라인 글쓰기라면 트래픽을 높일 수 있는 글쓰기여야만 한다. 


언젠가 지인 작가님이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알레 작가님은 아직 예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근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안타까운 마음도 있는데 일단 나중으로 미뤘을 뿐이에요. 어쨌든 현실이 먼저 안정된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쓸 수 있는 거니까.'


그때도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나는,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예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그때와 지금 달라진 건 현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나는 퇴사 후에 돈을 '못' 번 게 아니라 '안' 번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돈'이 나의 우선 가치가 아니라고 에둘러 나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한 주간 나를 깊은 고민 가운데 빠뜨렸던 블로그 대행 글쓰기 일은 그 자체로는 솔직히 재밌지 않다. 그러나 생각의 초점을 '대행 글쓰기'에서 '챗GPT 활용법 공부'로 전환하니 오히려 그 일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 일이 아니었음 평생 AI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살았을 사람인데 일을 계기로 다른 무엇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중이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난다.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의미'다. 그 '일'을 통해 현재의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의미'.


돈을 버는 것이 체질적으로 잘 맞는 사람도 있을 거다. 지금도 나에게 '돈'은 삶의 우선 가치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을 위해,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그 선택을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마음으로 깨닫는다. 


이왕 마음먹었으니 이제부터 열심히 벌어봐야겠다. 말로만 '글로 벌 라이프'가 아닌 실제 삶으로 실천해야겠다. 근데,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아, 또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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