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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22. 2024

우연도 3번 반복되면 인연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어떤 원리가 작동하는 걸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데 그럼 관계를 맺고 살아갈 정도면 어느 정도의 인연일까? 인연의 인과에는 대체로 어떠한 교집합이 있기 마련인데 우연이라기엔 참 너무도 우연 같은 만남이 생에 두 번이나 일어난 걸까?


그 첫 번째는 동갑내기 아이를 둔 집과의 만남이었다. 아빠들끼리 SNS에서 같은 취향을 공유하며 시작된 인연이었고 우연찮은 기회로 같은 시기에 제주에 있으면서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집과는 여행도 함께 가고 아이들 문화센터도 같이 보낼 만큼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번 가족 여행 중에 일어났다. 2박 3일의 일정동안 한 집을 4번이나 마주친다면 뭐 인연이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처음엔 리조트 안에 있는 키즈카페에서였다. 평일이고 성수기도 아니었기에 키즈카페는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그래도 같은 시간대에 몇 집이 함께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 집과 연결될 운명이었나 보다. 우연히 트램펄린에서 만난 아이들끼리 급 친해지는 게 시작이었다. 아니, 친해졌다 보단 같이 놀았다는 게 적절할 것 같다. 


17개월 아이와 4살 아이의 만남이 지켜보던 엄마들의 대화의 물꼬를 텄고 이윽고 서로 졸졸 쫓아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내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 다른 아이의 엄마에게 가서 안기 지를 않나. 남들이 보면 오래 알고 지내던 두 집이 함께 놀러 온 줄 착각할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말 그때가 처음 만났던 순간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이튿날 물놀이장에서였다. 안 그래도 전날 헤어지면서 서로 내일의 일정은 물놀이라는 건 확인했다. 그러나 그 집은 아침에 간다고 해서 만나긴 어렵겠다 싶었다. 우린 대체로 아침이 늦으니. 역시나 우리가 물놀이장에 간 시간은 11시가 넘어서였다. 이번에도 한산한 공간에서 전세 낸 것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날이 좋아 야외 온수 풀에서 놀고 있었는데 건너편에 익숙한 가족이 있던 게 아닌가. 그 집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때부터 그 집의 첫째인 6살 누나와 우리 집 4살 아들은 서로 튜브를 타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집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가 넘도록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고 했다. 남다른 체력을 가진 가족이었다. 다음 일정이 있어 우리가 먼저 나왔는데, 아이와 씻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먼저 쉬러 나갔던 그 집 아빠를 또 마주쳤다. 이제는 서로 그저 신기할 뿐이다.


같은 날 저녁 저녁을 먹고 돌아와 커피 쿠폰을 사용하러 로비에 내려왔다. 아내가 커피를 주문하는 중 아이와 나는 테라스에 나가 달을 구경하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커피를 마시려고 다시 카페로 들어가는데 아내가 앉은자리 뒤편에 그분들이 앉아 계시는 걸 보았다. 소름. 세 번째 만남이었다. 


잠깐의 만남동안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알고 보니 그 집도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월요일부터 2박 3일 여행을 온 것이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동선이 겹치는 것도 모자라 여행의 일정과 구성원도 맞춘 듯 하니 말이다. 


헤어지기 전 혹시 다음날 조식을 먹을 계획이 있느냐는 말에 우린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연한 만남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인연은 4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차에 짐을 다 싣고 아직 남아있던 커피 쿠폰을 사용하러 아내가 로비에 간 게 마지막 연결 고리였다. 마침 그곳에 그분들도 계셨던 것이다. 


그제야 그분들은 미국 보스턴에 살고 있으며 잠깐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휴가 중 반은 친정에서 반은 시댁에서 보내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떠나기 전에 한 번 만나자며 엄마들끼리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보스턴에도 꼭 놀러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며 4번의 인연과는 작별을 나눴다.


돌아본 내 삶에는 삶의 어떤 순간마다 귀한 인연들을 만났던 것 같다. 회사에 취업할 때 나는 서류가 아닌 사람을 통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순간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퇴사 후에도 혼자 헤맬 때마다, 감정기복을 경험하며 침체될 때마다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이제 내 인생의 중요한 단어이고 방향키이다. 아직 어떻게 풀어낼지 모호 하지만 그러나 하나씩 시도해 보는 중이다. 


앞으로의 삶에선 어떤 인연들과 만나게 될까 기대된다. 아무래도 내 인생은 소위 '정석'이라고 불리는 길보다는 약간 곁길로 향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곳엔 항상 준비된 인연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그 인연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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