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으로 노래하는 사람
나는 인간이 목소리를 내듯 베이스를 연주합니다. 내 연주는 내 이야기 같은 거죠. 마치 가수처럼
- Jaco Pastorius (출처: 나무위키 - 자코 파스토리우스)
한때,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의 꿈은 베이시스트였단 적이 있다. 4현으로 되어있는 저음역대의 악기의 매력에 사로잡혀 밤새 음악을 들으며 곡을 카피했던 시절이 있었다. 밴드 음악을 듣다 보면 베이스 기타 소리는 처음부터 잘 들리지는 않는다. 현란한 일렉 기타와 드럼, 그리고 키보드 사운드에 비하면 베이스는 그저 잔잔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베이스가 빠진 밴드 연주는 어딘가 깊이가 사라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베이스 기타의 포지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타와는 달리 코드의 근음을 기본으로 연주하며 밴드 사운드를 더욱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베이스의 묘미는 멜로디와 리듬을 모두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핑거링(Fingering)의 방법에 따라 각양각색의 리듬 패턴을 표현할 수 있고 세기와 터치감에 따라 소리의 질감도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손목의 스냅과 엄지를 이용하여 때리듯 하는 슬랩 연주는 솔로 연주에서 베이시스트를 단연 돋보이게 해주기도 한다.
Jaco Pastorius는 비운의 천재 베이시스트다. 그의 곡들은 교과서같이 남아 후배 연주자들에 의해 계속 이어져왔다. 1951년 생인 그의 출생 연도를 생각해보면 그의 영향력은 참으로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고 그래서 레전드라고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뮤지션이다.
오늘 살롱에서 소개할 그의 연주곡 The chicken은 핑거 펑크라는 연주 기법을 세상에 알린 곡으로 그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베이스 기타 입문 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해보는 곡이기에 한때 나도 어쭙잖은 실력으로 흉내라도 내보겠다고 시도해본 기억이 있다. 물론 나에겐 시작도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난이도였지만.
핑거 펑크 주법으로 연주한 이 곡은 아마 보통 들어본 베이스 기타의 소리와는 약간 느낌이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조금은 더 높은 톤으로 잘게 쪼개어진 16비트 리듬을 펑키하게 연주하는 곡으로 지금 들어도 세련됨이 부족하지 않다. 자세히 들어보면 뮤트를 세밀하게 섞어주어 리듬감을 더 맛깔나게 살려준다. 드럼과 브라스 사운드와도 적절하게 어우러져 듣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는 이 곡은 *프렛리스(Fretless) 베이스로 연주한 곡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프렛리스 베이스 기타: 보통의 기타의 경우 코드를 운지하는 기타의 핑거보드 부분에 프렛이 나누어져 있는데, 프렛리스 베이스 기타의 경우 콘트라베이스나 첼로와 같은 현악기들처럼 핑거보드에 프렛이 나누어져 있지 않다.
https://youtu.be/TgntkGc5iBo (*해당 영상의 출처에 문제가 있을시 삭제하겠음)
비운의 천재 Jaco는 36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천재 뮤지션이라는 명성에 비해 그의 마지막 모습은 초라하기까지 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약에 취해 살던 자코는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의 공연을 보고 한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클럽 밴드의 공연을 보게 된다. 이때 자코는 갑자기 밴드의 베이스를 욕하면서 자신이 쳐보겠다고 행패를 부렸고 클럽 밴드와 시비가 붙었는데 결국 패싸움으로 번진다. 이 여파로 자코는 얼굴 부분 두개골에 다수의 골절상 및 우측 안구 파열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결국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결국 사망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그의 말년의 모습이 어떠했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가 레전드였음을, 천재였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곡은 그 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살롱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베이시스트 Jaco Pastorius에 대해 아주 살짝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음악 전문 칼럼니스트도 아니고 전문 지식도 없지만 만담을 나누듯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그의 연주곡 The Chicken을 언젠간 꼭 연주해보고 싶다는, 이제는 다소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난 베이시스트가 될 것이다'라고 답하고 싶을 만큼 나는 베이스라는 악기를 사랑한다.
만약 그동안 잘 느껴보지 못했다면 오늘부터 음악을 들을 때 베이스 선율에 귀 기울여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이 목소리를 내듯 연주한다는 Jaco의 말처럼 어딘가 인간의 음성을 닮아 편안한 베이스의 선율에 심취해보는 시간을 꼭 갖아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