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성장한 하루

by 알레

하루 종일 누워만 있다 보니 하루가 끝이 났다. 글쓰기 모임 마지막 날인데 이대로 인증을 하지 못하는 게 영 찝찝한 기분이 들어 부랴부랴 책상에 앉았다. 남은 시간 20분 만에 글을 쓰고 인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할 수 있을까?


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늦게 자는 선택을 한 게 화근이었다. 결국 몸은 제동을 걸었다. 오늘 하루 내내 아침부터 시작된 열 감기로에 몸살기가 더해 온몸이 쑤셨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한테 한 소리 들었다. 들을만하다. 요 며칠 수면 상태가 완전 엉망이었으니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틀어졌나. 방에 누워 생각해 봤다.


첫 번째 이유는 드라마였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시작되는 드라마 타임은 새벽 3시를 거뜬히 넘겼다. 넷플릭스, 디즈니채널, 티빙, 쿠팡플레이, 다양한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우리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드라마를 본다. 얼추 매일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요즘 드라마가 참 쉽게 멈출 수 없을 만큼 스토리를 잘 만든다. 여기에 OTT 마다 다음 회차로 빠르게 넘겨주니 '어'하는 순간 '두둥' 다음 회차가 시작된다.


두 번째 이유는 보상심리였다. 드라마를 그렇게 찾아 본건, 하루에 대한 보상심리 작동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작가일을 시작한 뒤로, 오랜만에 일을 하는 기분으로 글을 쓰다 보니 마치 '퇴근 후 한 잔' 같은 심리가 발동한다. 원래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결국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새벽을 부여잡았다.


세 번째 이유는 계절적 요인도 크다. 날은 덥고, 숙면은 잘 취하지 못하다 보니 내내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로 살았다. 미팅이 있는 날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사람 몸이 자동차에 익숙해져 있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평소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꼈다. 언제든 컨디션이 무너질 수 있는 상태였다.


3가지 이유를 종합해 보면 평소에 관리를 안 한 탓이란 소리다. 소름인 게 바로 어제 글에서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쓴 편지글 말미에 정확히 이 내용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진짜 딱 한 가지만 더 당부할게. 살 빼라. 밤에 놀지 말고 일찍 자고. 진짜 그것 때문에 한 번 제대로 혼난다. 이건 당부가 아니라 경고야. 부디 알아먹길 바랄게.

50살의 내가 나에게 쓴 편지 글 중


바로 어제 내가 나에게 이런 글을 남겼는데, 오늘 경고가 현실이 돼버렸다. 어제 이미 직감하고 있었나 보다.


요즘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무엇을 덜어낼까. 덜어내고 또 덜어내 보지만 돌아보면 또 넘치고 있는 나를 본다. 아무래도 목적지가 불분명한 게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건 일단 다 쉬고 본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 같다. 결국 몸은 '그만!'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무래도 내가 덜어내야 할 것은 생각인 것 같다. 호기심이 많은 인간이라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이라서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의지적인 덜어내기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번 한 달은 글을 쓰며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은 앞으로도 이어가겠지만 좀 더 뾰족하게 탐구할 주제를 정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의 컨디션 난조도 결국 하나의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성공과 성장만 있을 뿐 실패란 없다'는 말처럼 비록 오늘 내내 누워있었지만, 오늘 하루는 한 발짝 성장한 하루로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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