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 삶에 대한 갈증은 깊어져 가는데 나에겐 그 '우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해결은 해야겠고, 찾지 못하면 파는 수밖에 없어 3년간 글을 쓰며 나의 우물을 파고 있었다.
나름 애쓰긴 했지만 혼자서는 여전히 갈증을 해결하지 못해 답답함을 안고 보낸 시간이 지난 3년이었다. 답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 걸음을 떼긴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고민의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만남에도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라이프 코칭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코치님과의 인연은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코치님의 워크숍에 참여했었고 앞서 라이프 코칭을 받아본 사람들에게 후기를 익히 들었던 터라 전부터 만나 뵙고 싶었다. 다들 편하게 말씀드려 보라고 했지만 차마 연락드리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야 행동에 옮겼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마음과 이 분이라면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주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인생 서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삶을 훑는 동안 코치님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래서 코칭을 받고 싶었어요'까지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에야 코치님께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이니 라이프 코칭이 무엇인지와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 화이트보드에 막힘없이 써 내려가셨다. 코치님의 설명을 듣는 내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거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게 바로 내가 찾던 우물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갈증을 느끼고 있던 부분이 '나를 아는 것'이었다. 그 사이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코치님의 로드맵에서는 마인드 PT(나를 알아가는 시간) 과정만 5주 과정이 소요된다. 코치님이 과거 가장 헤맸던 부분이고 그래서 다른 것보다 더 특화되어 있는 코칭 세션이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딱 내가 원했던 것과 맞아떨어졌다. 현실의 불안감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기인한 건 맞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은 당장 수익화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밑바탕에 있는 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갈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린 사는 문제 앞에 늘 당장의 답을 내어놓아야만 했기에 나에 대한 근원적 탐구에 집중해 볼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40대가 되도록 그럭저럭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딱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솔직히 살아가는데 나를 깊이 알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고민 없이도 경제적 자유를 이루거나 아니면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어쨌거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그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고 나는 답을 내지 않고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불안정한 삶을 조금 더 유예하더라도 이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인생은 길다. 앞으로 4개월 정도 뒤에 분명한 나의 커리어를 찾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선택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코치님이 신은 아니기에 질문에 성실한 답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다 발견하지 못한 '나'라는 우주를 더 깊이 탐험하는 시간이 될 테니.
코치님이 칠판에 적은 로드맵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부모가 이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생겨났다. 내 아이가 시류에 끌려가는 인생이 아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과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또 모르지. 4개월 뒤에 내가 그걸 하고 있을지도. 사람일을 모르는 거다.
다음 미팅 약속을 잡고 돌아오는 내내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나는 크리스천이기에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믿는다. 지나온 삶의 어려움도, 그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도, 오늘 코치님과의 만남도 때에 따라 이루어져 가는 삶의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더 기대되고 벅차오름을 느꼈다.
오늘을 돌아보니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는 표현이 잘 와닿지 않았던 건, 나는 목마른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우물을 찾아다녔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우물 찾기를 멈추지 않았던걸 보니 나는 목이 마른 정도가 아니라 타들어가는 사람이었구나 싶기도 했다.
누구나 인생에 자기만의 목마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 번이라도 그것을 느껴봤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길 바라본다. 우물 찾기를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행복과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 실마리라도 붙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오늘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