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살다 보니 주변에 글 쓰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과연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몇 퍼센트가 글쓰기를 꾸준히 하며 살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내 주변만 보면 대부분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꾸준히 글쓰기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에 해당한다는 게 잘 와닿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매일 쓰는 사람이라면?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나의 어떤 면을 드러낼 때도 좋지만 다른 무엇보다 삶에서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어떤 것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라 더 그렇다.
어쨌거나 글쓰기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다. 3년을 꾸준히 쓰다 보니 하나 둘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 중에 '알레 작가님은 어떻게 글을 매일 쓰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솔직히 아직도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고민된다. 달리 나만의 어떤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최근에도 같은 질문에 대해 "저야 뭐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쪼대로 써요"라고 웃으며 답을 드렸더니 오히려 질문을 주신 분이 "그거네요!"라고 답을 했다. '뭐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니 그분이 설명을 덧붙이길, "사람들이 글쓰기가 어려운 건 잘 쓰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잖아요. 근데 작가님처럼 그냥 자기 쪼대로 쓰도록 코칭을 해주시면 되겠네요"라고 했다.
그래서 적어본다. 매일 글쓰기를 위한 단 하나의 방법. 그 방법은 바로 '내 쪼대로 쓰기'다.
문득 '쪼'의 뜻이 뭘까 싶어 찾아보았다. 춤이나 노래, 연기와 같은 분야에서 개인이 가진 고유의 습관을 일컫는다고 한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개성을 뜻하기도 해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행이다.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니.
의미에 따라 다시 정리해 보면 '내 쪼대로 쓰기'는 곧 '나의 개성대로 쓰기'라고 할 수 있으며 한 번 더 풀어서 설명해 보면 '내 마음을 따라 쓰기'라고 해석을 더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따라 쓰기가 좋은 건 우선 마음을 따라가기 위해선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얼마나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아가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린 그럴만한 여유가 없이 살아가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글을 쓰는 시간 만이라도 마음에 귀 기울여 준다면 나와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좋은 점은 마음속에는 질문이 많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작업이다. 평소 질문이 없는 사람은 초반엔 어려움이 느껴지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오히려 이 기회에 질문하는 습관을 기를 수도 있다. 그런데 보통은 질문이 없는 게 아니라 질문을 느끼지 못할 만큼 나 자신에게 무디다는 어려운 이유다. 글쓰기는 나를 더 민감하게 감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마음은 언제나 글감을 던져준다는 점이다. 오늘도 마음이 던져준 글감 덕분에 글쓰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사실 오늘은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낮에 아이를 데리고 체험 농장에 다녀온 여파로 피곤하기도 했고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나 멍한 상태로 앉아있다 보니 도통 아무 말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떡하지?'를 반복하고 있을 때 마음이 던진 한 마디가 '쪼대로 쓰기'였다. 그다음부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재밌는 건 쓸 말이 없을 땐 본능적으로 지나온 하루를 파고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에게 '쪼대로 쓰기'로 코칭을 해보라고 이야기했던 그 대화는 정말 순간이었다.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전후에 있었고 이 부분은 그냥 웃고 넘어간 정도였다. 그런데 글이 막히니 그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다니.
그동안 주변에서 글쓰기 코칭을 해보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러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나는 글 쓰는 방법을 알고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쪼대로 써보세요!'라고.
3년간 나의 글은 언제나 내 마음에 닿아있었다. 솔깃할만한 이야깃거리가 될만한 에피소드도 없고, 내 글의 독자는 철저히 나였기에 쌓인 글이 많아도 그저 심화된 일기라고 생각했기에 책으로 엮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누군가는 나처럼 마음을 따라 글을 쓰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만약 그렇다면 '글쓰기 노트' 매거진에 모아둔 나의 글들이 나름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 잘 엮어보아야겠다. 과연 어떤 분들에게 닿게 되려나. 새삼 기대감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