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20분. 화장실이 가고 싶어 눈이 떠졌다. 아직 한 참 잘 시간. 평소라면 화장실에 다녀와 그대로 침대에 누웠을 텐데 오늘은 세면대 앞에 서서 잠시 동안의 내적 갈등에 빠졌다. '더 자? 세수하고 정신 차려?' 하필 바로 어제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이다.
"내일부터 아침 9시 전에 책을 읽고 내용을 공유할 거예요!"
말을 할 땐 신중해야 하는데, 그냥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할걸 그랬다. 솔직히 내가 소셜미디어에 이런 소리를 한다고 누가 '어디 잘 지키나 지켜보겠어!'라는 생각으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혹시라도 누가 기억할까 봐 싶어 부담감이 밀려왔다.
짧은 시간의 고민을 마치고 일단 세수부터 시작. 그다음엔 거실 커튼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잠시 아침의 찬기운으로 샤워를 해줬다. 정신을 깨우려고 베란다에 나갔으면서 또 그 순간 비염이 올라올까 싶어 집 안으로 들어와 버린 나도 참 웃기다. 따뜻한 물 한잔으로 속까지 깨워준 뒤 밖으로 나갔다.
찬 기운이 얼굴을 감돌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침의 생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기분이었다.
마음은 가벼웠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피로감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이른 아침에 산책을 나간다면서 전날 잠드는 시간은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었으니 피곤할 수밖에.
딱 20분 코스로 오늘의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봐야 동네 한 바퀴다. 익숙한 거리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간에 걸으니 그 나름 새롭다. 늘 한 템포 늦은 하루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정박자에 시작한 기분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아침 샤워를 한 뒤 계획한 대로 책을 읽었다. 약간의 허기짐이 느껴졌지만 계획된 시간이 있기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방에 앉았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점점 눈이 감겼다. 역시 올게 왔다. 일명 꾸벅이라고, 자꾸 제 멋대로 인사를 하게 만드는 녀석이다.
허리를 곧게 펴보고, 기지개도 켜면서 정신을 차려보지만 꾸벅 이의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30분 타이머를 맞춰 놓고 책을 읽었는데 아마 7분 남짓 남겨놓고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타이머 진동 소리에 순간 놀랐던걸 보니.
원래 이렇게 놀래서 깨는 게 정신 차리는데 나름 효과적이다. 얼른 오늘 읽은 부분을 정리해 어제 아침독서를 선언했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제 한숨 잘까 싶었는데, 막상 잠이 들지 않아 글쓰기를 시작했다.
오늘의 실행을 돌아본다. 단순한 깨달음이지만 역시 이른 아침은 이른 잠자리부터가 시작이다. 늘 선행 조건을 간과하니 하루가 몽롱하다. 두 번째 깨달음은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는 효과가 있긴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장기 지속력을 갖기 위해선 강제성이 필요할 테지만 시작하는 데에는 괜찮은 방법이다. 세 번째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 산책을 다녀와 책을 읽고 글쓰기까지 했다는 효능감도 있지만 동시에 피로감의 원인이 되는 시간관리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감정 기록이 중요한 건 다음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돌아보면 항상 이성보단 감정이 결국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감정을 기억하는 건 더 좋은 실행을 위해 꽤 유용하다.
그나저나, 과연 내일도 실천할 수 있으려나? 벌써부터 걱정된다. 일단 작심 3일만이라도 넘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