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과거나 미래를 위해 현재에서 도망친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다른 시간,
다른 곳에 있기를 꿈꾼다.
그들은 지금 여기에 살아 있지만
지금은 아닌 다른 시간을 살므로 유령이다.
브렌든 버처드 저, <두려움이 내 삶을 결정하게 하지 마라> 중
지금의 중요성은 매일 강조해도 모자라다. 의외로 삶은 우리를 지금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가장 쉬운 예로 돈벌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투자 관련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나눠 본 사람이 있다면 '아, 그때 그 종목을 샀어야 했는데!' 또는 '코로나 시절에 그냥 왕창 사서 묻어둘걸'하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봤거나 직접 내뱉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누구도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지나간 일들을 무의미하게 복기하거나 내일에 대한 근거 없는 낭설에 온갖 추측을 쏟아내기 바쁜 세상이다.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면 내 주변에도, 아니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니 앞서 인용한 저자의 말이 무척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지금은 아닌 다른 시간을 살므로 유령이다."
유령으로 살아가지 않으려면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을 넘어 몰입해야만 한다. 월급 소득생활에서 벗어나 3년이 지나버리니 이제는 습관적으로 올라오는 생각이 있다. '아, 지인 누구는 이만큼 벌고 있은데, 그동안 난 뭐 했지?'라는 생각. 특히 1년 전의 오늘과 현재의 나의 소득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때 더 마음이 깊게 가라앉았다.
부정적인 생각은 늘 빠르게 번식하여 우울감을 유발하고 삶의 효능감을 떨어뜨린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해도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평가하도록 만든다. 절대 무의미하지 않고 당연히 그 시간들이 쌓여야만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음을 알면서도 위축된 마음은 순간 꽤 오래 심통을 부린다.
오늘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듯 마음 한편 오랜 감정이 깔렸다. 이럴 땐 책 속에서 무수히 이야기하고 있는 해법을 선택하는 게 답이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 걷거나, 오래 머물러 있던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움직일 여력이 안되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온몸의 긴장감을 이완시켜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에 있는 경우라면 가볍게 청소를 하면 좋다.
공통점은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생각과 감정의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높다.
3년을 겪어보니 오래 묵혀둘수록 온전한 하루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즉 이런 건 무조건 빨리 해소하는 게 답이다. 그래서 오늘은 카페에서 작업하던 걸 멈추고 집까지 걸어가며 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을 오래 바라봤다.
해묵은 감정을 해소한 다음엔 빈자리를 긍정 마인드로 채워줘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되뇐다. "나의 삶은 매일 나아지고 있다." 근래 들어 나를 믿어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뭐든 해내는 사람들의 저변에는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행위의 결과를 통해 남들에게 인정받고, 타인의 인정이 쌓여 생기는 믿음은 아무리 오랜 시간 축적되었다 해도 '남들'이 마음을 돌리는 순간 무너져 내리는 사상누각과도 같다. 반면 내가 나를 믿어주는 믿음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굳건한 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음은 움직임과 같다. 에너지를 갖고 있다.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게 만든다. 비록 오늘 하루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여도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궤적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믿음을 희석시키는 생각조차 스미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매일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만 지켜내도 실제로 삶은 계속 나아진다. 설령 어떤 하루가 유달리 반성으로만 채워진 날이었을지라도 믿음을 잃지 않는 한 반성은 반향을 일으키는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을 살면서 다른 시간에 머무르는 유령이 되지 말자. 딱 지금만 살아보자. 매일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