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사려 깊은 사람, 신중한 사람, 생각이 많은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 미꾸라지 같은 사람, 뭐든 일단 내지르고 보는 사람, 내지르고 수습 못하는 사람 등.
앞의 세 유형은 대체로 행동이 굼뜬 편이다. 자기중심적이거나 미꾸라지 같은 사람은 오래 볼수록 주변에 사람이 없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저들은 주변을 보지 못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게 기본값이다. 나머지 두 유형의 사람은 속도면에선 거의 적토마 급이다. 추진력 면에서는 불도저라는 별명이 따르곤 한다. 다만 흘리는 것도 많아서 잘 주워 담아줄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대체로 그 파트너 역할을 하는 사람이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나는 앞의 세 유형에 속한다. 물론 나머지 면모도 존재하지만 '선택' 앞에 등장하는 두드러진 성향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덕에 직장 생활을 할 땐 주변의 신뢰를 얻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땐 그렇게 유용했던 것이 지금은 뒤로 밀어 넣고 싶은 성향이 돼버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든 일단 내질러 보는 용기다.
최근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좋지 않은 태도를 깨달았다. 어떤 표현이 적합한 표현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나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일어나는 순간 '억울함'을 느꼈고 그때부터 좋지 않은 마음 상태로 일관하거나 뭔가를 할 땐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유난히 부러움의 감정을 일으켰던 타인들의 단면이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내가 '나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와 유사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결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철저히 제삼자의 시각이고 기억의 단면이기에 다른 어떤 상황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인상적으로 남은 건 '기꺼이' 행한다는 부분이었다.
간혹 책에서 이런 표현을 만난다. '일을 놀이처럼 한다.' 또는 '일을 게임처럼 한다.' 놀이든 게임이든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을 즐기는 편이다. 또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현 단계에 몰입한다. 이들은 군더더기 같은 감정이 몰입의 시간을 뺐어갈 여지를 두지 않는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일단 행동부터 하고 수습할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당장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경험에 의하면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갔다. 이들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결국 방법을 깨닫기 때문이다. 반면 주어진 상황에 '억울함', '불만', '두려움'과 같은 마음 안에 갇혀 버리면 성장을 위한 교훈을 얻기보다 다음번엔 미리 회피하겠다는 손실 회피 성향만 강해질 뿐이다.
다행인 건 사람은 누구나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내가 선택의 순간에 신중함에 가려진 수동적인 태도를 일삼는 사람이었다면 현재의 나는 뭐든 해보고 생각하자는 태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지인의 소개로 한 강의에서 스냅사진 촬영을 하기로 했고, 지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수도권 모임의 모임장을 맡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카페에서 모여 글을 쓰는 카페라이팅 모임도 미루고 미루던 것을 내질러 본 이후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이런 생각마저 하고 있다. '결국 인생은 내지르는 자들의 것인가?'라는 생각.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로 실행의 중요성과 의지를 자주 그리고 깊이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일은 또 한 가지에 용기를 내어보려 한다. 어쩌면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실 수도 있는 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에게 적극적으로 플러팅(?)을 해볼 생각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